[창간 33주년 특집 Let`s SEE SW] 한국SW 성장 가능 분야를 찾아라-임베디드SW·오픈소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국내 임베디드SW 시장 규모

글로벌 기업과 비교할 때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는 영세 수준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SW 기업 수는 2013년 기준 총 7103개(패키지SW+IT서비스)로, 이 가운데 매출액 50억원 미만 중소기업이 전체 79%를 차지하고 있다. 영세 기업은 자금력이 열악해 새로운 기술 개발 여력이 없고, 특히 SW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어려움이 따라 자연히 글로벌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세계 100대 SW 기업 중에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세계 SW 시장에서 우리나라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임베디드SW 분야 육성해야

후발주자 입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은 선택과 집중이다. 운용체계(OS)와 같이 기술 수준과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는 장기간 투자와 시간을 들여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SW산업 중에 한국이 도전할 가치와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임베디드SW가 꼽힌다. 임베디드SW는 자동차, 항공기 등에 내장돼 대상을 작동, 제어하는 SW를 뜻한다. 하드웨어(HW)를 제어해 제품 기능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높은 신뢰성과 안정성이 요구되고, 제품 부가가치를 좌우하는 다품종 소량형 SW다.

국내 임베디드SW 산업 역시 해외 기업과 격차가 있다. 국방·항공 분야는 미국과 유럽 기업이 선도하고 있으며 진입 장벽이 높다. 미국 윈드리버와 그린힐스는 세계 국방·항공용 실시간 운용체계(RTOS) 시장 6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 시장 잠식은 더 심각하다. 업계 관계자는 “MDS테크놀로지 등 국산 임베디드SW 기업이 추격하고 있지만 윈드리버의 RTOS 시장 점유율은 90%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임베디드SW 육성이 필요하고 투자를 강화해야 하는 건 임베디드SW가 제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은 세계 5위 규모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성장 한계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SW와의 융합으로 혁신을 거듭하는 해외 제조기업과 달리 HW에만 집중한 결과다.

대표적인 예가 무인차다. 미래 자동차로 각광받는 무인차 핵심이 SW인데 국내 자동차 업계 SW 국산화율은 5%에 불과한 실정이다.

SW 없이는 제조업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운데 이는 역설적으로 제조업과 SW의 적극적인 융합을 추진하면 제조와 SW 모두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실제 정부도 제조업과 융합에 주목하고 자동차, 조선, 항공, 전자, 의료기기, 기계, 로봇 등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성장잠재력이 높은 6대 주력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핵심 임베디드SW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역량을 집중할 융합 과제로는 △자율주행 자동차 △고속-수직 이착륙 무인항공기 △지능형 선박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가상 훈련 플랫폼 △나노기반 생체모사 디바이스 △개인맞춤형 건강관리 시스템 △국민 안전·건강 로봇 △산업용 3차원(3D) 프린터를 선정했다.

국내 임베디드SW 시장은 약 19조원(2013년 기준)이다. 1558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161조원에 이르는 세계 시장에 비해 턱없이 작다. 하지만 국내 임베디드SW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2년 현재 국내 임베디드SW 산업 규모는 570개사 17조원에 이른다. 국내시장은 세계시장(164조원)의 10%에 불과하지만 2017년까지 연평균 9.1% 성장으로 세계 성장률(4.6%)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인 제조 기업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소스에 동참해야

SW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오픈소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픈소스란 컴퓨터 소스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제한 없이 코드를 보고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SW를 말한다. 오픈소스 SW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개방성에 있다. 집단 지성처럼 커뮤니티에서 개발자들이 참여해 프로젝트를 발전시킨다.

함재경 한국레드햇 대표는 “최근 커뮤니티 기술 발전 속도가 특정 기업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빨라졌다”며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모든 개발 이력과 기술 등이 공개되니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솔루션 공급 기업이 뒤처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에는 수많은 개발자, 사용자, 지원 기업이 참여한다. 보드(임원)급 프로젝트 관리자가 방향과 정책을 정하면 신속한 개발이 진행된다. 안정적 지원을 위해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SW를 업데이트 하지만 그 사이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오픈소스 SW에 투자하는 기업은 커뮤니티를 집중 육성하며 해당 기술을 공유한다. 안정성을 높여 실제 제품으로 출시하고 유지보수 등을 진행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재단 등을 설립하는 이유다.

SW산업 기반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오픈소스 관심과 참여는 최신 기술과 개발 노하우를 습득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아파치, 리눅스 등 수많은 공개SW그룹 법률자문을 맡아온 이벤 모글렌 SW자유법률센터(SFLC) 회장은 “구글이 인터넷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서도 강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데는 오픈소스 역할이 컸다”며 “한국 기업이 중국과 인도 등 거대 인구를 가진 국가 기업과 경쟁하려면 국경 없이 넘나드는 공개SW와 개발자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