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인민해방군 군사 퍼레이드 참관 박 대통령...동북아 역학관계 상징적으로 보여줘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톈안먼 성루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 오른쪽 두 번째 좌석에 앉아 중국 전승절 사열과 분열을 참관했다. 중국측의 박 대통령 예우는 동북아 역동적인 역학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 정상 가운데 최초로 톈안먼 성루에 올라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 퍼레이드(열병식)를 지켜봤다. 박 대통령은 톈안먼 광장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 주석 오른편 두번째 자리에 착석해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봤다. 중국의 전통적 혈맹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다음이었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손님 가운데 한분이다. 박 대통령을 잘 모셔라”는 지시를 실무진에 하달하고, 중국 네티즌이 박 대통령을 ‘퍄오다제’(박근혜 큰누님·朴大姐)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것에는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에 대한 중국 인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평가다.

톈안먼 성루는 1954년 10월 북한 김일성 주석이 마오쩌둥 국가주석과 함께 중국 건국 5주년 기념 열병식을 참관했던 장소다. 61년 전 김일성과 마오쩌둥 주석은 한국전쟁 휴전 직후 ‘항미원조(抗美援朝)’의 혈맹국임을 과시했지만,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10년 인연의 ‘라오펑여우(老朋友·오랜 친구)’로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이다.

중국 혈맹으로 불리는 북한의 지도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이 톈안먼 성루에 오른 것은 한중관계의 질적 도약과 변화된 북중관계, 동북아 역동적인 역학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이라는 평가다.

북한측 대표로 참석한 최룡해 당비서는 톈안먼 성루 앞열 오른쪽 끝편에 자리해 달라진 북중관계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대신해 참석해 위상이 떨어지는 것이 주원인이긴 하지만, 달라진 북중관계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분석이다.

박근혜정부 및 시진핑 체제 출범과 북한의 3차 핵실험 등 도발이 맞물리는 등의 상황이 계속되면서 북한 문제에서 막혔던 한중간 외교·안보적 협력이 과거보다 진전되면서 이같은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36분께(현지시간) 시 주석의 왼편에 서서 성루를 향해 이동했다. 단체 사진촬영을 마치고 성루로 오를때 시 주석을 중심으로 왼편에는 박 대통령이, 오른편에는 푸틴 대통령이 위치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다른 참석 정상 등과 함께 단체 기념사진 촬영시에는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사이에 두고 시 주석 왼편에 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이 외국 정상 30여명을 모은 자리에서 시 주석 바로 옆에서 박 대통령과 사진을 촬영하고 앞 열에 박 대통령 좌석을 마련한 것은 큰 배려이자 우리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