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펀드` 몰려온다"... 세계 IT 투자업계, 우려 커진다

세계 IT 투자업계에서 일명 ‘좀비 펀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름만 남아있고 실속은 없는 펀드가 결국 스타트업계 자금 순환까지 막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텔아비브에서 개최된 디지털라이프디자인(DLD) 행사에서 IT 투자업계 관계자들이 일제히 이른바 좀비 펀드(zombie funds)에 대해 우려했다고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좀비 펀드는 업체 가치를 평가해 투자자 자금을 유치할 수 있지만 이를 제때 팔지 못해 수익성이 낮은 벤처투자사를 말한다. IT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5년 뒤 VC업계가 ‘좀비 펀드’로 가득찰 것이라고 지적한다.

벤처캐피탈(VC) 업체나 사모펀드 업체는 보통 1년 주기로 IT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한다. 첫 번째 투자 라운드가 끝나면 이듬해 2, 3번째 투자 라운드에도 참여해 스타트업계에 자금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한다.

하지만 이들 좀비펀드는 초기 투자 라운드에는 참여하지만 2, 3번째에는 참여를 꺼린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 포트폴리오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대개 실패하거나 현금이 있어도 수익률이 낮은 문제에 시달리는 경향이 있다. 이를 감안하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다시 투자할 여력이 없다. 결과적으로 자금 흐름이 막히는 셈이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전 모건스탠리 임원은 “신규 벤처캐피탈 업체는 대부분 포트폴리오가 적절하지 못해 좀비펀드가 될 공산이 크다”며 “이는 포트폴리오 운영 기술이나 네트워크에 대한 인식, 성공할 업체를 분석할만한 배경지식이 없는 신규 펀드 매니저들과 초창기 IT업체가 펼치는 과대광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010년대 생긴 유럽 펀드를 포함, 미국 외 지역에서 ‘좀비 펀드’가 범람하고 있다는 우려다.

다우존스 벤처소스에 따르면 유럽에서 지난 2011년 생겨난 독립형·기업형 벤처캐피탈 업체는 46곳으로, 지난 8월 말 기준 42개사가 남아있다. 하지만 이들이 투자한 곳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이 업체들은 총 389건 투자를 진행했지만 2013년 252건, 지난해에는 57건으로 줄었다. 올초부터 지난 8월말까지 이들 업체 투자 건수는 불과 3건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미국 투자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다. 지난 상반기 VC업계 투자액은 359억달러(약 43조82억원), 건수는 1960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년간 총 3906건, 570억달러(약 68조2860억원)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반기 건수는 비슷하고 투자액은 전년보다 많아졌다.

요시 바르디 이스라엘 기업가는 “1999년, 이스라엘엔 VC업체 100곳이 있었지만 모두가 좀비가 됐고, 상당수는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