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제국기업 왜 강한가] <1> 구글 "백발이 성성한 개발자도 많죠"

“백발이 성성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많습니다. 나이, 출신은 사실 별로 상관없어요. 얼마나 큰 그림을 볼 줄 아는지, 구글 엔지니어는 그게 중요합니다.”

박영찬 구글 테크리더·매니저는 “한국 기업에 비해 구글 엔지니어 채용 시 두드러지는 특징은 한 가지 업무나 한 가지 개발 언어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컴퓨터 사이언스 알고리즘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지에 집중해 능력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박영찬 구글 테크리더/매니저
박영찬 구글 테크리더/매니저

‘서버를 개발했어요’ ‘클라이언트를 개발했어요’ ‘자바를 씁니다’ ‘C언어로 주로 개발해왔습니다’는 경력은 구글 안에서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박 매니저는 “언어는 일종의 툴”이라며 “서버 개발이 필요해 서버 개발만 한 사람을 뽑으면 해당 일이 끝난 다음에는 놀게 된다”고 말했다.

“구글이 개발자에게 원하는 건 정말로 큰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거예요. SW 개발을 건축으로 비유하면 아주 큰 도시 같은 걸 만들길 바라는 거죠. 구글에 시니어 개발자들이 많은 것은 이런 분위기 때문입니다. 채용을 할 때도 컴퓨터 사이언스에 깊은 이해가 있는지를 보고 채용 후에도 그런 안목을 더 깊게 가지도록 계속 개발 업무를 맡기는 것이죠.”

박 매니저는 구글코리아 소속 유일한 테크리더다. 테크리더는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중 인력 매니징 업무를 겸하는 사람을 일컫는 직위다.

구글에 속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크게 두 가지 길을 걷게 된다. 아무런 직위 없이 계속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반 엔지니어와 박 매니저처럼 개발과 매니징 업무를 같이 하는 테크리더다.

테크리더는 내부에서 정한 어느 정도 개발 그레이드를 만족하면 본인이 자원하거나 회사에서 제의를 한다.

구글 입사 8년차인 박 매니저는 입사 당시 매니징 업무를 제안 받은 경우다. 제안을 수락하고 나서도 몇 번의 까다로운 면접 절차를 거쳤다. 회사가 진짜로 매니저 업무를 할 수 있는지 역량을 평가하는 셈이다.

매니징 업무를 한다고 해서 일반적인 팀장과 관리자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박 매니저는 “관리자라고 해서 지시나 개발을 주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개발이라는 것이다.

88학번인 박 매니저 역시 여전히 구글 서비스 개발 최전선에서 활동한다. 창업을 해 직접 SW를 만드는 사람을 제외하고 한국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그의 동기 대부분이 관리직으로 SW개발 업무에서 손을 뗀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구글에는 60대 이상의 SW 개발자가 있다. 대학에서 교수를 하다 구글 엔지니어로 이직한 사례도 종종 나온다.

이런 구글의 제도는 10년 이상 개발을 하면 서서히 현업 개발에서 물러나는 한국 SW 생태계와 다르다.

장단점을 따지려면 미국과 한국 그리고 구글과 한국 SW기업 간 조금 더 복잡한 면을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명확한 사실은 구글의 이런 문화가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개발 노하우를 서비스에 그대로 녹이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박 매니저는 “SW 개발을 할수록 근간이 튼튼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시각과 경험이 결국 더 큰 아키텍처(구조)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된다”며 “(서비스를) 멀리 보고 크게 만드는 데 분명히 보탬이 된다”고 설명했다.

“SW 개발자는 운동선수가 아니에요. 나이가 기준이 되는 전성기는 크게 의미가 없죠. 밤을 새워서 일하는 것이 중요할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많죠. 물리적으로 일하는 시간보다 크고 정교한 아키텍처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시니어 개발자 안목이 중요한 이유죠.”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