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류에 공헌하는 융합기술

한국IT융합기술협회 백양순 회장(bys877@gmail.com)

얼마 전 시리아 난민 중 세 살배기 어린아이가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돼 세계인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이 있다. 이를 계기로 많은 인접 국가가 호혜적인 시각으로 바뀌며 난민을 받아들이면서 인류애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가 이처럼 직접 난민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인류에 공헌할 방법이 없을까.

[기고] 인류에 공헌하는 융합기술

사람들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잘살든 못 살든 질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그로 인해 삶의 만족도는 떨어진다. 고령화, 영양부족 혹은 과잉, 환경문제 등 피치 못한 많은 문제로 다양한 상황에서 적절한 병 예방과 진료가 필요한 실정이다.

문제는 사람 혹은 국가 간 빈부 격차에 따라 혜택 불균형이 크다는 것이다. 내가 이끌고 있는 한국IT융합기술협회는 다양한 IT 융합을 선도하고 있는데 이 융합기술의 대표적인 응용 분야가 스마트 헬스케어다. 일각에서는 스마트 헬스케어라고 하면 애플워치, 웨어러블 밴드 등 이른바 가진 자를 위한 기기나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진정한 스마트 헬스케어는 적절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된 계층의 소중한 삶을 지켜주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과 솔루션으로 빈곤국가 의료혜택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의미가 큰 작업인 것이다. 헬스케어 중심에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술이다.

IDC에 따르면 세계 헬스케어 IT시장 규모는 2011년 840억달러였던 것이 2016년 115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류에 공헌할 수 있다는 의미를 떠나서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꽤 매력적인 시장이다. 미국, 일본, EU 등 세계 주요국은 이미 이 분야를 핵심 비즈니스로 발전시키고자 정책과 투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글로벌 기업도 다양한 헬스케어 기기는 물론이고 애플 ‘헬스키트(HealthKit)’, 구글 ‘구글피트(Google Fit)’ 등 플랫폼을 선점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 전 나스닥에 상장한 핏비트(Fitbit)라는 회사는 단숨에 국내 대기업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헬스케어 분야는 큰 규모 시장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 등 각종 첨단 융합 IT가 어우러진 미래형 산업이라는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는 생체 데이터 센싱, 수집된 데이터 전송과 보관, 진단 기술, 데이터 분석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제품, 서비스, 플랫폼이 뒷받침돼야 하는 종합 ICT 예술인 것이다.

이렇게 매력적인 분야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국내는 의료 분야라는 성역, 불명확한 기준, 과도한 규제 등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 분야 활성화를 위해 과제를 마련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어느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폭넓게, 장기적으로 발전하려면 민간주도 생태계가 잘 조성돼야 한다.

이번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 IFA 2015에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사물인터넷(IoT)이었다. 삼성전자는 IoT와 다른 융합기술을 이용해 개인 수면 상태를 측정·분석하고 숙면을 도와주는 최첨단 기기인 ‘슬립센스’를 선보였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 제품에 적용된 핵심기술이 삼성이 지분을 투자한 이스라엘의 ‘얼리센스(EarlySense)’가 개발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인간 미래 삶을 가치 있게 바꿔주는 스마트 헬스케어, 스마트홈, 스마트라이프 영역에서 핵심 기술과 제품이 우리 기업 생태계에서 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론적으로 정부는 글로벌 수준에 맞춰 합리적인 규제와 적극적 지원, 그리고 복잡한 협업 구조를 풀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민간에서는 대기업 위주가 아닌 스타트업 위주 생태계 조성 및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노력으로 우리 강점이었던 IT강국 면모를 되찾고 기술로써 인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면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 이상으로 인류 삶을 소중하고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tnews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