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이용해 본 카카오택시 첫 수익모델 `고급택시` "사장님만 타는 차 아니에요"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E

“발 조심 하십시오.” “실내 온도는 괜찮으십니까?”

정복 차림 운전사가 BMW 520D에서 내려 문을 열어줬다. 마치 VIP를 에스코트하는 비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카오고급택시 기사가 승객을 안내하고 있다
<카카오고급택시 기사가 승객을 안내하고 있다>

10월 서비스를 앞둔 카카오 고급택시를 미리 이용해보니 ‘대접받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카카오 고급택시는 외형부터 다르다. 택시를 알리는 지붕등이 없다. 일반 차량과 마찬가지다.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뒷자리에 냉장고에서 갓 꺼낸 시원한 물이 보인다. 승객이 제대로 탔는지 확인한 운전기사는 “안전벨트를 매달라”며 요청한 후 목적지까지 예상 소요시간을 알려 준다.

안전벨트 착용을 요청은 하지만 고속도로가 아니면 강요하지 않는다. 승객 편안함을 우선적으로 따진다. 승객이 먼저 대화를 걸지 않는 이상 기사가 말을 먼저 꺼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동차는 시속 60㎞ 제한이 걸린 잠실대교를 정속으로 운행한다. 혹시 빨리 가자는 승객 요청이 있으면 어떡하느냐는 질문에 기사는 “정속 운행이 기본”이라며 “빠른 이동보다는 안전과 품위에 초점을 맞춘다”고 대답했다. 안전이라는 전제 아래 교통흐름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제량껏 운전한다는 설명이 뒤를 따른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기사는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한 후 먼저 하차해 문을 열어 준다. 지불은 따로 할 필요가 없다. 이미 카카오택시 앱 안에서 결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승객이 돌아선 후에도 기사의 흐트러짐 없는 몸가짐은 변함없다.

10월 중순부터 운영하는 고급택시는 최근 2000만 누적 콜(9월 14일 기준) 카카오택시 첫 수익 모델이다.

서울시가 인·허가를 내주고 운영사 하이엔이 서울시내 택시 사업자들과 계약을 맺어 BMW, 벤츠 등 고급 차량 100대를 공급한다.

예약·결제는 카카오택시 내 별도 메뉴를 통해 제공한다. 기본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4500원인 모범택시보다 조금 더 높은 7000~8000원 수준에서 책정될 예정이다. 100% 호출·예약제로 즉시 서비스는 물론이고 향후 시차를 둔 예약도 도입할 예정이다.

김찬 하이엔 차장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의 고급택시 서비스 사례 분석을 통해 시장성을 검증했다”며 “비즈니스 접대, 기념일 등에 편안하고 안락한 이동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층이 우선 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비스가 정착되면 쿠폰 선물하기 기능 등 고급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접점이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이엔과 다음카카오는 10월 서비스 시작 전까지 BMW, 벤츠 등 100대 고급 승용차와 200여명의 숙련된 기사를 갖출 방침이다.

이날 기자가 찾은 광진구 고급택시 기사 교육장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30대부터 50대까지 고급택시 운전기사를 꿈꾸는 이들이 모였다.

평균 5대 1 경쟁률의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친 이들이지만 일주일 교육 후 실무 투입을 위해 재교육하는 인원은 10%에 달할 정도로 문턱이 낮지 않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으로 이뤄진 다섯 가지 인사를 1000번 반복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교육 업무를 전담하는 강순구 2LK/렉스아카데미 대표는 “지원자 수준이 높은데다 이들 가운데서도 일정 수준 서비스 능력을 갖춘 사람만 고급택시를 몰 수 있다”며 “승·하차 도어서비스, 인사, 주행 등에서 균등한 고급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고급택시 기사는 각 택시회사가 월급제로 운영하는 것이 기본이다. 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 300만원 내외 월급을 책정한다. 사납금이 없고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호텔리어 출신 등 고급 인력도 관심을 보인다.

하이엔은 서비스 시작 이후에도 향후 증차를 고려해 고급택시 기사 양성을 계속할 방침이다. 교육이 끝난 후에도 정기적인 ‘리마인드 교육’으로 서비스 질을 유지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카카오 고급택시로 경쟁이 촉발돼 택시 서비스의 전체적인 질 향상이라는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