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폭스바겐 파문, 클린 디젤 `조작된 신화' 자동차 업계 격랑 속으로

[이슈분석]폭스바겐 파문, 클린 디젤 `조작된 신화' 자동차 업계 격랑 속으로

# 세계 1위(올 상반기 기준)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 신화가 무너졌다. 친환경 디젤 엔진과 이를 가능케 한 독일식 엔지니어링(German Engineering)을 기치로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겠다던 폭스바겐이 ‘결국 들통나버린’ 소프트웨어(SW) 코드 몇 줄에 해체되고 있다. 디젤 배출가스를 의도적으로 조작해 판매한 ‘폭스바겐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파문은 디젤 엔진에 대한 소비자 신뢰 추락과 판매 급감, 각국 환경 규제 정책 변화, 가솔린 엔진 재조명 및 친환경차 부상 등으로 이어져 글로벌 자동차산업 지형을 송두리째 뒤바꿀 전망이다.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23일(현지시각) 디젤 배출가스 조작 사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빈터콘 회장은 사퇴하면서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한 부정행위는 아는 바 없고 가담한 바도 없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사실상 배출가스 조작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2007년부터 회장직을 수행해 왔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파문은 계속될 전망이다. 세계 1100만대 이상 판매된 차량의 대규모 리콜과 미국에서만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벌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관련자 형사처분 가능성과 브랜드 신뢰도 하락, 판매 급감이 더 큰 문제다. 이미 올 상반기 폭스바겐그룹 자동차 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했다. 올 하반기에 이어 향후 사태 전개 추이에 따라 판매 감소폭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팀장은 “이번 파문으로 디젤 엔진 유해성 인식이 재조명되고 디젤차 우대 정책을 펴는 국가들 정책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며 “상대적으로 디젤차 대안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솔린 하이브리드카(HEV), 전기차(EV)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포함한 친환경차에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별로는 일본, 미국 업체 반사 이익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200만대 수준에 불과했지만 하이브리드카 수요가 커지면, 토요타가 호재를 만날 수 있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토요타가 폭스바겐과 격차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가솔린 엔진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선도하는 GM, 포드 등 미국 업체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최근 유로6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디젤 엔진 라인업을 확보한 현대·기아차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 비용 증가와 판매 경쟁 격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 가능성은 넘어야 할 과제다.

각국 디젤 우대 정책 변화도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폭스바겐은 환경 규제를 만족한다고 ‘주장한’ 클린 디젤 엔진과 고연비를 앞세워 유럽 시장을 석권했다. 유럽 시장에서 디젤차 비중은 이미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17개국 디젤차 비중은 1980년 7% 수준에서 2010년 52% 수준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 판매된 디젤차 가운데 3분의 1이 유럽에서 팔렸다.

디젤차 급부상은 세제 혜택과 주차 할인 등 유럽 친환경 정책이 한몫했다. 디젤차가 가솔린차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연비가 높아 친환경 정책에 적합하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디젤차가 배출가스 저감 장치 부착 등 원가 상승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세제 혜택으로 이를 만회해 준 것이다.

프랑스가 디젤차 유해성을 일찍이 간파하고 중장기적으로 디젤차 판매 중단까지 검토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도 생계형 상용차에 디젤 엔진이 주로 탑재된다는 점을 감안해 경유 세금을 휘발유에 비해 20% 정도 낮춰왔지만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 친환경 정책은 대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저감이라는 측면에서 디젤차가 가솔린보다 우월하다는 전제를 깔고 질소산화물(NOx) 등 인체에 치명적인 디젤 배출가스를 도외시한 측면이 있다”며 “일부 클린 디젤 엔진이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이상, 배출가스 실도로 측정을 포함한 제도 개편과 차종별 세제 혜택 등 정책 전반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