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공무원과 청년희망펀드

요즘 공무원 사이에서 최대 관심사는 청년희망펀드다. 펀드는 기부금 운용 수익으로 청년 구직자, 비정규직 등 불완전 취업 청년 등을 돕는다. 공무원 초점은 ‘누구까지’ ‘얼마나’ 내야 하는지에 쏠려있다. 펀드에 얼마가 모였고 어디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는 그 다음 얘기다.

[관망경]공무원과 청년희망펀드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이라는 좋은 의도와 달리 펀드는 시작부터 우려가 많다. 가입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게 첫 번째 이유다. 정부는 누구든 개인 자격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자발적’이라는 단서에도 각 부처 장·차관은 의무 기부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1호 기부자로 참여하고 총리, 부총리까지 동참하니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장·차관 다음은 실·국장 등 고위공무원단이 대상이다. “아직 우리까지는 안 내려왔다”는 모 부처 실장 발언에는 ‘머지않아’ ‘우리도’ 기부 대상이 될 것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KEB하나은행 가입 독려 메일이 논란이 된 만큼 공식 요청은 없겠지만 공직사회에서 누군가의 기부 소식은 공문과 다름없는 효과를 낼 것이다.

기부액도 문제다. 박 대통령 일시금 2000만원, 황교안 총리 1000만원은 암묵적 가이드라인이 됐다. 장·차관 적정 기부액은 ‘약 1000만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상관보다 높은 금액도 너무 낮은 금액도 적절하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다. 논란이 부담스러웠는지 최경환 부총리는 아예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불분명한 펀드 활용처 역시 문제다. 사업계획서에 명시된 사업목적은 ‘청년 취업기회 확대, 구직애로 원인 해소, 민간일자리 창출 지원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될 청년희망재단(가칭)이 추진하는 사업 지원 등’일 뿐이다. 종전 정부의 청년 일자리 사업과 차별점을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 아이디어가 실제 펀드로 만들어지기까지는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펀드가 졸속으로 만들어져 부실 운영된다는 오명을 남기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정교한 개선에 나서야 한다. 사회적 우려를 해소해 펀드에 자발적 국민 동참이 이어진다는 소식이 들리기를 기대한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