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반 메모리칩, SSD에 처음으로 쓰이다

상용화땐 PC 100배 빨라질 듯

세계 처음으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광기반 메모리 칩이 적용됐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 독일 칼스루에공과대학(KIT) 등 연구진이 최근 오로지 광학만 사용한 메모리 칩에 정보가 영원히 저장되도록 만들었다고 엔가젯 및 주요 외신이 30일 보도했다.

이 논문은 유명 과학 저널인 네이처 광학(Nature photonics)에 실렸다. 외신은 이 연구를 SSD를 떠나 향후 스토리지 기기를 급속도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휘발성 플래시 메모리에는 현재 전자 방식으로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가 탑재된다. 이 방식으로는 전자가 부딪힐 때 발생하는 열과 저항에 한계가 있어 속도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빛을 기반으로 가동하는 회로는 이런 문제가 없다. IBM이 비슷한 방식으로 ‘나노광학’을 활용해 만든 휘발성 메모리는 별도의 전원 공급이 필요할뿐더러 데이터를 평생 저장하지 못한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빛을 기반으로 정보를 읽고 쓰는 매체인 ‘DVD’를 접목해 해결했다.

DVD나 CD는 일명 ‘GST’라 불리는 소재를 활용해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재기록한다. GST는 게르마늄, 털룰리움(terllurium), 안티모니(antimony)를 합성해 만든다. 레이저로 빛을 쪼이면 구조가 바뀐다.

나노광학 도파관 기술과 GST 기술을 활용한 메모리 칩. <네이처광학 자료>
나노광학 도파관 기술과 GST 기술을 활용한 메모리 칩. <네이처광학 자료>

이들은 실리콘질화물(silicon-nitride) 소재로 구성된 각각의 채널에 빛을 즉시 쪼이는 ‘도파관(waveguide)’ 기술을 활용해 메모리를 만들었다. 이 메모리는 나노미터(nm)크기 GST로 감싸져 있어 고강도 빛을 쪼이면 도파관을 통해 빛이 폭발한다. 그러면 GST가 일정한 형태의 결정 구조에서 무정형(아몰포스) 덩어리로 바뀐다. 이 덩어리에 낮은 강도로 빛을 쪼이면 데이터를 감지, 읽어들인다.

GST는 또다른 고강도 레이저를 쏘면 다시 결정구조로 바뀐다. 결국 레이저 강도 및 파장을 바꿔 영구적으로 데이터를 보관하는 기기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현재까지 단일 위치에서 최대 8비트가량 정보를 저장하는 데 성공한 상태다. 이는 이전까지의 전자장치보다 개선된 수치라고 외신은 설명했다.

이처럼 이 연구의 미래는 매우 밝지만 아직 상업화되긴 이르다. 우선 현재까지 개발된 플래시 스토리지에 탑재된 메모리보다 크기가 무척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프로토타입 칩은 속도나 소비전력이 이전 제품보다 비슷한 수준이며 상업화도 준비 가능하다”며 “광 로직 칩과 함께 활용하면 현재 당신이 사용 중인 컴퓨터보다 최대 100배 빠른 컴퓨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