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발전소 돌려봐야 적자 걱정”

[이슈분석] "발전소 돌려봐야 적자 걱정”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경제성이 쪼그라들고 있다. 신재생 발전소를 지어봐야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원자력이나 화력보다 투자 회수 기간이 길기 때문에 취약한 경제성을 정부가 지원정책으로 메워주는 형태로 유지돼왔다. 대형 발전사가 생산하는 전력 일부를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공급하도록 의무를 부여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 아래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전력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팔아 수익을 내기 때문에 이 가격 변동이 사업성을 가른다. 전력 판매 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과 REC 가격이 수익을 좌우한다. 하지만 최근 SMP와 REC가 동반 급락하면서 신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투자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매년 의무공급량이 늘어나는 RPS 때문에 수요는 꾸준히 발생하지만 정작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오는 2017년 신규 발전소 공백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발전 공급 부족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다시 경제성 소용돌이에 휩싸인 신재생에너지 발전 속사정을 짚어본다.

SMP 추이.
 [자료:전력거래소]
SMP 추이. [자료:전력거래소]

◇SMP·REC 3년 새 ‘반 토막’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SMP 기준 전력 판매대금과 REC 판매 수익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최근 SMP와 REC 판매가가 모두 폭락세다. SMP는 지난 2012년 ㎾h당 202원까지 상승했다. 세계적 석탄 소비량 감소에 따라 석탄 과잉공급이 나타나면서 유연탄 등 원료가격 하락이 SMP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는 한때 전력난이 심각해지면서 석탄발전소와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증가해 SMP가 급등했다.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SMP는 지난해 168원까지 주저앉은 데 이어 올해는 90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유가하락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올해 들어 SMP 급락을 부추겼다. 올해 들어 지난 1월 이후 SMP가 단 한 차례도 130원을 넘지 못했다. 5월 이후엔 80~90원대로 떨어졌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또 다른 수익축인 REC 가격도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태양광 REC 가격은 공급과잉으로 올해 상반기 기준 7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가격 11만2591원보다 37% 떨어진 수준이다. 비태양광 REC 가격도 지난 2013년 14만원에서 올해는 9만4000원까지 내렸다.

REC 가격은 거래가 시작된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이제는 획기적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정부가 내년엔 태양광·비태양광 REC 시장을 통합 운영할 계획이어서 현재 가장 낮게 형성된 태양광 REC 가격이 사실상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투자를 얼어붙게 만든 SMP·REC 하락이 정책 실패에 따른 것으로 봤다. 9·15 순환 정전이 발생한 2011년 이후 정부가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우고 신규 기저발전소(원자력·석탄화력)를 대거 시장에 진입시킨 것이 전력 공급과잉 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발전설비 예비율은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따라서 향후 SMP 하락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태양광발전 수익 30% 급감…신규 투자 ‘꽁꽁’

태양광업계는 최근 SMP·REC 동반 하락으로 매출이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태양광발전은 운영비용이 낮기 때문에 매출이 곧 수익이다. 수익이 30% 감소하면 초기 투자비 상환 기간이 30% 정도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투자비 상환기간이 10년인 사업이 13~14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신규 태양광발전사업 추진 위축과 금융권 투자 냉각으로 이어졌다. 수익률이 떨어지다 보니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가 줄었고 이마저도 정확한 사업성을 산출하기가 어려워 투자를 더 꺼리는 상황이다.

한 대형은행 PF 담당자는 “지난해와 올해 태양광발전소 건설 건으로 신규 PF를 진행한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말했다. 2년 전에 600억원 규모로 태양광발전소 PF를 진행한 이후 단 한 건도 진행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2년 전에 ㎿당 20억~24억원 투자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했는데 최근엔 이를 15억원으로 맞춰야 사업성이 나온다”며 “2년 만에 투자비를 30% 이상 줄여야 한다는 말에 태양광발전사업자가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이미 발전소를 지은 태양광발전사업자는 경영난에 직면했다. SMP 하락으로 소규모 태양광발전소는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 우려까지 나온다. 발전소 건설 당시 낸 빚의 원리금 상환조차 힘들어진 것이다. 정부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에 REC가중치를 상향하는 방법으로 수익성 개선 조치를 취했지만 가격이 더 많이 하락했고 SMP도 떨어져 사업자 고충이 심각하다. 이 때문에 소규모 발전소에 한해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풍력발전도 위축…해상풍력은 무산 위기

풍력발전도 SMP 하락 영향으로 수익이 급감해 투자가 얼어붙었다. 무엇보다 아직 시작도 못한 해상풍력사업은 산업 자체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SMP 불확실성과 해상풍력시장 진입 리스크로 업계 투자 기피 현상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대비 열악한 해저지형과 풍황 조건인데다 전력판매가격까지 내려 사업성이 더 떨어졌다. 풍력업계에 따르면 기존 해상풍력사업을 계획했던 발전사업자도 사업을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풍력업계는 해상풍력사업을 추진하려면 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접속할 수 있도록 추가 변전소를 신설하는 것과 기관망 확충, 분산형전원 접속 규정 완화 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관계자는 “SMP가 너무 많이 떨어졌는데 이 리스크를 개인 사업자가 다 지라는 지금 구조로는 발전사업을 계속할 수 없다”며 “과거 FIT 때는 한전이 고정가격으로 전력을 구입해 SMP 변동에 부담이 없었는데 RPS로 넘어오면서 SMP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민간 발전사업자가 모두 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취지에 맞지 않는 바이오매스 연료 혼소 부분을 줄여 다른 태양광·풍력발전 수요를 늘려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MP·REC 하락은 발전사업자 수익성 급락에 직결되므로 적정한 시장 형성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강 연구원은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서 신재생에너지 보급도 늘려야 하는 정부 상황이 딜레마 원천”이라며 “발전소 바이오매스 연료 혼소 부분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수입만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라도 적절히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REC 가격 추이(자료:전력거래소)>


REC 가격 추이(자료:전력거래소)

<RPS 태양광 공급인증서 판매사업자 선정 현황 (단위 : 개소, ㎾/자료: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RPS 태양광 공급인증서 판매사업자 선정 현황 (단위 : 개소, ㎾/자료: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