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가격 급락으로 발전소 장기계약도 뚝…한전·발전사 시각차 뚜렷

한국전력과 발전사 간 장기계약 체결이 주춤해졌다. 지난 2월 지역냉난방 구역전기사업자와 부생가스 발전사와 장기계약을 체결한 뒤 수력, 석탄화력, 원전 순으로 계약을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시장 거래가격 폭락으로 추가 계약이 묘연해진 상황이다.

6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전력 당국이 정부승인 차액계약(장기계약)제도 유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최근 시장가격(SMP)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장기계약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시장거래보다 많아지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장기계약은 한전과 발전사가 석탄 등 저원가 발전기를 대상으로 정부승인 하에 일정기간 동안 발전량과 거래가격을 정해 놓고 거래하고 시장가격과 차액을 정산해주는 제도다. 제도를 구상할 당시만 해도 전력도매시장 가격이 ㎾h당 200원대를 오가면서 한전과 발전사 간 적정 수익구조 유지 차원에서 도입됐다.

포스코에너지 부생가스복합발전소 전경(자료사진)
포스코에너지 부생가스복합발전소 전경(자료사진)

정부와 한전은 올해 부생가스·수력과 먼저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내년엔 석탄화력, 내후년에는 원전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부생가스나 지역냉난방 구역전기사업자들과 계약을 체결한 이후 후속 계약이 나오지 않고 있다. 사실상 제도 적정성이 무너진 셈이다.

발전업계는 전력도매가격이 ㎾h당 80원대로 추락하면서 정부와 한전이 적정 수익구조를 위한 계약가격 기준점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봤다. 지난 2월 계약을 체결한 부생가스 발전소도 ㎾당 98.77원으로 장기계약을 맺었지만 실상 지금 형성된 시장가격보다 높다.

전력구매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시장거래를 하는 것보다 오히려 지출비를 늘리는 역전 현상을 빚으면서 취지 자체가 퇴색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전력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로선 수력발전소와 장기계약 체결 작업도 좀 더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80원대 전력 도매가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98.77원을 주는 부생가스에 대한 대책도 고민거리다.

한전은 내년에 들어올 예정인 민간 석탄화력에는 장기계약을 도입하고 한전 자회사인 발전공기업 5개사에는 현행 정산조정계수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사업자간 형평성과 최종 전력가격 변수 등으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발전사들은 정부와 한전이 장기계약에 적극 나서길 바라는 눈치다. 공급량 증가로 전력도매가격이 폭락했고 내년에 추가 석탄화력 가동이 예고된 상황에서 장기계약을 통해 설비유지를 위한 수익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장기계약 대상에 저원가 발전소뿐 아니라 LNG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내놓고 있다.

전력도매가격이 높을 때는 장기계약에 적극적이다가 가격이 낮아지면서 소극적으로 바뀐 정부와 한전 대응 방식에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도매가격이 급락하면서 초기 장기계약제도를 도입할 때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며 “수력발전은 물론이고 다른 발전소에 장기계약 적용도 더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