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글로벌 원전·기후변화 기구 수장 맡아…위상 수직상승

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과 기후변화 관련 국제기구 수장을 맡아 해당 분야 글로벌 위상이 수직상승했다.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6일(현지시각)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같은 날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차기 의장 선거에선 이회성 고려대 교수가 최종 당선됐다. 우리나라는 같은 날 겹경사를 맞았다.

조석 WANO 회장은 앞으로 2년 임기 동안 쟈크 레갈도 이사장과 함께 세계 원전사업자를 이끌며 안전성 강화 등 주요 정책 결정에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 WANO가 세계 원전 사업자를 대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한국형 원전과 관련 기술 위상도 한껏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조 회장은 1000여명 세계 원전사업자 CEO 등이 참석한 총회 취임사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안전 최우선 가치 부상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원전 선·후진국 간 협력 증대 △권역별 협력 강화 필요성 △원전해체(폐로) 문제 등에 전 지구적 공조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향후 WANO 핵심 역할로 신규원전 도입국에 대해 건설·시운전 경험 전수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권역별 원자력 안전 대책 공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폐로와 방사성폐기물 처분 관련 교류 활성화 등을 핵심 과제로 추진할 것을 선언했다.

조 회장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동반성장하는 모델을 연구하는 등 WANO 역량 강화를 통한 현안 해결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폐로 원전이 증가하는 만큼 사용후핵연료 안전한 관리와 폐로 분야에서도 국제적 공조를 통해 바람직한 방안을 찾도록 협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WANO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전 사업자 간 정보 교환과 안전성 증진을 목적으로 1989년 설립된 국제단체다. 35개국 126개 원전 관련 사업자가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회성 IPCC 의장은 지난 2월 사임한 라젠드라 파차우리 의장 뒤를 이어 IPCC를 이끌게 됐다. 한국인이 IPCC 의장으로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이 교수의 IPCC 의장 진출이 신기후체제(포스트2020)에서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 관련 입지와 발언권이 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회성 고려대학교 교수.
이회성 고려대학교 교수.

이 의장은 “우리는 기후변화의 지역적 영향, 특히 개발도상국에 주는 영향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향상시켜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를 위해 기후변화 방지·적응을 위한 더 많은 정보와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IPCC는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설립한 국제기구로 현재 195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 의장은 이번 선거에서 벨기에 장 파스칼 반 이퍼셀레, 시에라리온 오군라데 데이비드슨, 미국 스탠퍼드대 크리스 필드 교수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선출됐다.

국제 에너지·기후변화 분야 전문가인 이 의장은 IPCC에서 1992년 제3실무그룹(사회·경제 분야) 공동 의장을 지냈으며 2008년부터는 부의장으로 선출되는 등 20년 넘게 활동해 오고 있다.

함봉균·조정형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