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 가전제품 등 할인폭 적은 이유…제조사 "참여해도 남는 것 없어"

오는 14일까지 열리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코리아 그랜드세일)에 ‘가전’ 할인이 저조해 소비자 실망감이 크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처럼 가전이 대폭 할인돼 판매되는 것과 국내 상황이 다른 이유는 ‘유통구조’ 차이에 있다.

◇다른 유통구조…참여 명분 글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는 제품을 ‘직매입’하는 백화점·쇼핑몰 등이 매입 상품 재고를 털기 위해 싼값에 판매한다. 반면에 한국 블랙프라이데이는 국내 백화점 ‘특약매입’ 구조로 매출 대비 수수료를 받고 할인행사에 참여한다. 입주업체들은 팔수록 자신들 영업이익을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한 업체 할인 폭은 미국처럼 90% 할인 등이 없고, ‘가을 정기 세일’인 최고 20~30% 수준이다.

첫해 시작이다 보니 ‘눈치 보기’도 있다. 할인 행사에 소비자가 얼마나 구매할지 예측이 어렵고 참여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참여할 필요를 못 느낀다.

짧은 준비기간도 참여 명분을 약화시켰다. 가전 제조사는 행사 준비기간이 짧았고 가전제품 특성상 낮은 마진율 때문에 참가할 수 없었다고 지적한다. 제조사 관계자는 “자체 유통망이 없는 가전사는 유통사와 기획을 준비해야 하는 기간이 보통 한 달 이상”이라며 “이번 행사는 2~3주밖에 준비 기간이 없었는데 추석 연휴까지 겹쳐 현실적으로 참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가전 특성상 한 자릿수 영업이익…남는 것 없어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가전사도 일부 할인행사에 동참하긴 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디지털프라자, 베스트숍 같은 자체 유통망이 있다 해도 할인폭을 늘리기 어렵다. ‘가전’은 영업이익, 즉 마진이 많이 남는 사업군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소비자가전(CE)부문이 2분기에는 흑자로 돌아섰지만 1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했다. LG전자는 가전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다. 최근 신제품 효과로 3분기 영업이익률이 기대되는 상황이지만 이 역시 한 자릿수다. 동부대우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1조5900억원에서 영업이익은 1% 수준인 140억원을 기록했다. 남는 게 없는 장사다.

가전의 글로벌 평균 이익률은 보통 4% 안팎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주도하는 할인 행사에 동참을 위해 유통점 TV 특별기획 제품을 내놓거나 TV특별가 할인 연장 판매를 하고 있다.

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대기업은 시장 상황을 보며 탄력 생산을 하고 있어 가전제품 재고를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정부가 지원도 없이 마진폭이 낮은 기업에 할인을 강요하고 제조사가 참가하지 않는다며 소비자 원성이 높아지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 내수 진작과 소비 활성화를 위해 2만7000여개 점포가 대규모 할인을 하는 행사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