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단말기 인증기관 ‘모럴해저드 심각’...중소VAN사 대상으로 급행료 받아

.중소VAN에 급행료 받아...IC단말기 인증기관 ‘모럴해저드 심각’

신용카드 IC단말기 인증기관이 밴(VAN)사로부터 급행료를 받고 ‘속성 인증’을 해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증료는 단말기 모델 하나당 1400만원에 달한다. ‘고리대금 인증료 장사’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IC단말기 인증기관 ‘모럴해저드 심각’...중소VAN사 대상으로 급행료 받아

11일 업계에 따르면 IC단말기 인증기관이 속칭 ‘급행료’를 낸 기업엔 심사기간을 대폭 단축해 이틀 만에 단말기 인증을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여전법 개정에 따라 IC결제 단말기는 EMV인증을 포함한 별도 보안인증 등을 받아야 한다. IC단말기 인증기관으로 선정된 곳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과 한국아이티평가원(KSEL) 두 곳이다.

신청기업이 대거 몰리면서 인증에 소요되는 시간만 최소 한 달 이상 걸린다. 밴사가 인증신청을 하면 3주 이내에 접수를 한 후 사전심사(자료검토, 인터뷰 등)를 거쳐 본인증 작업을 한다. 최근에는 두 달 가까이 소요된다. 문제는 인증기관 한 곳이 ‘급행료’를 받고 속성으로 인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밴사 관계자는 “급행료를 내고 며칠 만에 뚝딱 인증을 해준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밴사들이 우리도 급행료를 내겠다고 줄을 섰다”며 “문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급행인증을 슬그머니 없앴다”고 꼬집었다.

인증기관이 공공 보급사업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고액의 돈벌이를 한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렵다. 인증기관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과 한국아이티평가원(KSEL) 두 곳이다. 당초 KTC 한 곳만 선정했다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면서 KSEL을 합류시켰다.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이들 기관은 1000만원 이상 가격을 책정했다. 중소기업은 인증받기 위해 두 기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여기에 최소 5000만원 이상의 인증료를 받는 EMV인증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한 단말기를 인증 받는 데 소요되는 비용만 1억원을 훌쩍 넘는다.

한 밴사 관계자는 “인증기관이 두 곳뿐이라 인증료도 부르는 게 값”이라며 “인증기관을 늘려달라는 의견을 협회 등에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여신협회 관계자는 “시장 의견을 수용해 인증기관 추가 선정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