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中 팹리스 1위 `하이실리콘` 파운드리 잡았다

플래그십용 AP 개발 협력 등 중국 사업 기회를 확대 속도전

삼성전자가 중국 대형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과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하며 고객 기반을 넓힌다. 중국에 공급하는 갤럭시 시리즈에 현지 기업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채택하는 것을 넘어 플래그십용 AP 개발에 협력하는 등 거대 시장 중국에서 사업 기회를 확대하는데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 中 팹리스 1위 `하이실리콘` 파운드리 잡았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팹리스 1위 기업 하이실리콘과 14나노 핀펫 공정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실리콘 칩을 생산하기 위해 개발진과 협업하며 설계를 조율하고 있다.

하이실리콘은 화웨이 자회사로 화웨이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AP ‘기린’ 시리즈를 공급한다. 중국 팹리스 시장 1위 회사로 매출 1조5000억원을 상회하는 거대 기업이다. 지난 2013년 세계 팹리스 기업 중 1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14나노 핀펫 파운드리에서 애플 A9 프로세서와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AP를 양산한다. 앞선 공정 기술력을 앞세워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고 특히 생산 물량이 많은 중국 팹리스를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하이실리콘은 중국 팹리스 중 고사양 AP를 만드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빠르게 기술력을 축적하며 플래그십용부터 저가형에 이르는 다양한 AP 제품군을 갖췄다.

하이실리콘이 삼성전자 14나노 핀펫 공정을 이용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아이폰, 갤럭시와 견줄 수 있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제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급형이나 저가형 AP에 고가 14나노 공정을 적용할 필요가 없고 기린 AP를 스냅드래곤(퀄컴), 엑시노스(삼성전자)와 견줄 수 있는 플래그십 모델로 성장시키려는 내부 목표도 주효하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화웨이와 경쟁하지만 파운드리 사업은 별개다. 중국 기업과 협력 수위를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1위 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하는 호재를 맞았다.

중국 팹리스와 손잡는 것은 미래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인텔은 중국 스프레드트럼에 투자해 AP를 공동 개발 중이고 퀄컴은 SMIC·화웨이와 합작법인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중국향 갤럭시 시리즈에 스프레드트럼 AP를 탑재한다. 3G용 저가 AP를 위주로 했지만 올해부터 보급형과 LTE용 AP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인텔·퀄컴처럼 지분을 섞는 형태의 협업은 아니지만 사업 협력을 시작으로 다양한 협업 모델을 고민할 수 있다.

업계는 하이실리콘이 14나노 공정 기반 플래그십 AP로 글로벌 AP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AP 시장 점유율은 낮지만 고사양 AP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5위권 밖인 하이실리콘이 선두권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맞는 셈이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지난 2분기 스마트폰용 AP 시장 조사에 따르면 퀄컴(45.5%) 미디어텍(17.4%) 애플(16.7%) 삼성전자(7.7%) 스프레드트럼(6.9%) 마벨(2.4%) 하이실리콘(1.8%) 인텔(0.8%) 순으로 나타났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