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84>혁신은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

많은 회사가 혁신을 한다. 그러나 혁신에 성공한 회사는 많지 않다. 심지어 성공했다는 회사 조차 시간이 지나면 과거 성공에 집착하다가 다시금 혁신에서 멀어져 간다. 대부분 회사는 혁신을 하려고 하지만 그만큼 혁신은 추진하기도 어렵고 성공도 어렵고 혁신 프로세스를 내재화시키기도 어렵다.

[이강태의 IT경영 한수]<84>혁신은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

경영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변화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데 멈춰 있으면 당연히 퇴보한다. 그래서 기업도 변화하지 않으면 곧 망한다. 오래된 회사는 겉보기에는 한결 같은 경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쉼 없이 나름대로 변해 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이제까지 버티고 있는 것이다.

혁신에서 최고경영자 경영철학이 매우 중요하다. 경영철학이 없으면 혁신 방향성을 잡기 어렵다. 그래서 지시사항이 오락가락하게 된다. 그러면 아무도 안 움직인다. 되돌아 올 가능성이 있으면 월급쟁이는 절대 안 움직인다. 경영철학은 자기 스스로 많은 공부를 해서 여러 이론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남 얘기를 듣고 쉽게 깨달으려고만 하고 자기 스스로 깨우치려는 노력이 없으면 경영철학이 만들어 지지 못한다. 일본 경영자는 경영철학 관련 책을 많이 내는 데 우리나라 최고경영자는 돌아 가셔야 책이 나온다.

대기업 회장들은 혁신을 자꾸 지시만하고 혁신은 계열사 사장이 직접 하라고 한다. 자기는 “위기다”라고 소리만 치고 계열사 각자가 알아서 책임지고 변하고 대비하라고 한다. 자기가 직접 진두지휘하기보다는 남들을 시켜서 혁신을 하려고 한다. 그런 혁신은 힘이 약하다.

사장단 회의나 임원회의에서 세상이 이렇게 바뀌고 있으니 우리도 서둘러 변해야 한다고 지시만 한다. 회장 말씀이 아래로 아래로 전달되면서 임직원 업무수첩에 잘 정리돼 적혀 있을뿐이지 전혀 살아 있는 업무 추진 계획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그 다음해에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비슷한 지시 사항이 반복적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이렇게 상명하복이 체질화되어 있는 조직에서는 혁신이 잘 추진될 리 없다.

오히려 중소기업에선 혁신이 잘 된다. 오너가 직접 절절하게 느끼고 직접 챙기기 때문이다. 대기업처럼 깔끔하게 잘 정리돼 있지는 않지만 오너 특유의 직감력과 순발력을 가지고 변화를 추구해 간다. 그래서 그들은 그게 혁신이든 변화든 멈춰서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성공한 중소기업 오너는 일반적으로 변덕이 심하다. 변화에 대한 조바심이 아랫사람들에게는 변덕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들은 임기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혁신을 안 하면 자기가, 자기 집안이 망하기 때문에 절박한 심정으로 임직원을 몰아친다. 그래서 성공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다. 혁신 성공사례 발표에는 대부분 중소기업이 나온다.

대기업은 오너가 혁신하라고 엄히 지시하고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사장은 경질한다. 그래서 월급쟁이 사장은 회장이 변하라고 하면 일단 요란하게 움직인다. 혁신 추진 프로젝트 팀도 만들고 전 임직원이 결의대회도 하고 컨설팅도 받고 사무실 곳곳에 포스터도 붙인다. 물론 홍보도 열심히 한다. 회장이 보면 기뻐할 내용들이다. 그러나 임직원 스스로는 뭐가 바뀌는지 하나도 모른다.

월급쟁이들은 임기가 있어도 언제 나가라고 할지 모른다. 이런 사람들 보고 5년, 10년을 내다 보고 주인의식 가지고 혁신을 하라고? 낙하산으로 와서 그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지 잘 알고 있는 공기업 사장이 2, 3년 동안 혁신을 한다며 조직을 뒤흔들어 놓고 노조와 한 판 크게 붙으라고? 누구 좋으라고?

대기업이 혁신을 할 때마다 마른 수건을 다시 짠다고 한다. 짤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짜겠다는 뜻이지만 계열사나 회사 내부에 다른 젖은 수건도 많을 텐데 굳이 마른 수건 다시 짤 필요가 있을까? 혁신을 위해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하자고? 군살을 빼자는 정도라면 이해가 되지만 기업에서 뼈까지 깎을 일이 뭐 있나? 마른 수건이나 뼈를 깎는 거나 일종의 수사학적 메타포라고 해도 너무 험악한 얘기를 너무 자주하다 보니 실제로 위기로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혁신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함이 아니다. 계열사를 정리하고 인원을 줄이고 관리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혁신이 아니다. 그런 것은 일상적인 경영활동에서 하면 된다. 혁신을 외부 전문가 손을 빌려 하려고 하기 때문에 제대로 안 된다. 외부 전문가 조언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혁신 자체는 그들이 만들어 준 일정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스스로 만든 계획을 내 책임 하에 내 손으로 실현해 나가야 한다. 산업을 잘 알고 머리 좋고 말 잘하고 잘 생긴 젊은이들이 잘 정리해 준 혁신안을 우리 직원들에게 그대로 해보라고 하면 안 된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어렵다’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투명하다’ ‘만반의 대책을 마련하라’ ‘위기는 기회다’ ‘고객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권한을 위임하고 엄정한 신상필벌을 한다’라고 한 들 임직원 입장에서는 그 얘기가 그 얘기다. 자기의 생각이 아니라 기획담당 임원의 생각을 회장이 대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기 때문이다.

혁신의 핵심은 회장이나 사장이 회사 현실에 대해 정말 절절하게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그래서 그 절절함이 조직 내에 전파됐을 때 최고경영자가 제시하는 미래 청사진 쪽으로 모든 임직원이 정렬(Alignment)하고 혁신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는 것이다.

대기업 회장은 기업 현황에 대해 절절하게 공부하고 파악하고 연구하고 토론하고 찾아 보고 고민하고 그리고 자기만의 경영철학을 만들고 그것을 가지고 꾸준하게 임직원과 대화하고 실험하고 완성해 나가야 한다. 경영은 절대 위임이 아니다. 혁신을 말로 지시하지 말고 자기가 직접 전면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그 혁신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