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얼마남지 않은 리튬... 대안없는 배터리 강국

리튬이온 이차전지 주원료로 ‘제2의 석유’로 불리는 리튬 자원이 2020년 전후 지표면에서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 국무부도 자료에서 리튬 고갈 속도가 점차 빨라져 2015년 이후 상업성이 급속히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안으로 바다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은 리튬계 배터리가 주류로, 2011년부터 한국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리튬 고갈에 따른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나 정부 차원의 광물자원 조사 등 대책마련은 전혀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원료 고갈로 인해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계가 직면할 위험을 분석했다.

◇2020년이면 지표면에서 사라질 리튬 자원

미국지질조사소(USGS) 리튬 자원 분야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채취 가능한 세계 리튬 자원은 2100만톤 정도다. 지난해 세계 리튬 생산량은 3만6000톤으로 단순하게 계산하면 앞으로 수백년을 쓸 수 있는 양이 남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심각하다. 리튬은 세라믹과 유리 등 다수 산업 제품군으로 활용되고 30% 정도만 이차전지를 만드는 데 쓰인다. 여기에 대부분 염호에서 채취하는 리튬 자원 80%는 리튬카보네이트고, 전지 원료인 수산화리튬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만드는 데 쓰이는 리튬 자원은 많아야 200만톤 수준인 셈이다.

반면에 리튬계(리튬이온·리튬인산철) 이차전지 시장은 크게 늘고 있다. USGS는 세계 리튬 생산량은 2013년 3만4000톤, 지난해는 6% 증가한 3만6000톤이라고 밝혔다. 생산량 증가에는 이차전지 성장률이 가장 컸으며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전년 대비 15% 이상 증산했다. 리튬을 이차전지 생산에 사용하는 비중도 2012년 22%에서 지난해 31%까지 증가했다.

여기에 전기차 시장 확대로 리튬 사용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를 시작으로 리튬 고갈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해 말부터 다수 글로벌 기업이 양산형 전기차를 대거 출시한다. 일본 시장조사 업체 B3는 전기차(BEV·PHEV) 판매량이 2011년 100만대, 2013년 394만대로 급증했고, 2015년 678만대, 2019년 997만대를 거쳐 2020년께 1045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차전지 생산에 3만4000톤 리튬이 투입된 2013년 전기차 시장은 2015년 40% 이상 성장이 유력하다. 리튬 생산량도 그만큼 증가할 수밖에 없다.

폭발적인 전기차 시장 수요를 예견한 테슬라모터스는 이미 5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네바다주에 리튬이온전지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2020년까지 연간 50만대 전기차분 리튬전지를 생산한다는 목표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가 2020년까지 500만대 전기차를 보급할 계획으로 매년 과감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차용 배터리 선두기업 LG화학이 중국공장 신설 등으로 올해부터 연간 10만대 분량 전지 생산력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대량 생산으로 내릴 줄만 알았던 리튬 가격은 반대로 상승 조짐이다. 미국 유력 광물자원유통업체 FMC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수산화리튬 가격을 10%씩 인상했다. 이차전지 시장이 커짐에 따라 이익구조를 개선한 것이다. 세계적인 과학 논문출판사 엘스비어(Elsevier)는 지난해 간행물에서 2023년이면 리튬 자원 수요가 공급을 추월하고 2050년에는 수요량이 공급량의 두 배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전문가는 “이차전지로 활용 가능한 리튬자원이 200만톤으로 지난해 3만6000톤이 생산됐지만 올해부터 매년 20~30%씩 증가해 2020년 이후 가격이 인상되고 수급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며 “지난해 말 월스트리트 저널이 당장 2015년부터 수산화리튬 고갈이 이슈화될 것으로 경고했지만 우리는 아무런 위기의식이 없다”고 말했다.

◇해수면에서 리튬 추출은 경제성 떨어져

리튬 고갈에 따른 대안으로 해수면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방법이 현재로선 유일하다. 바다에는 약 2000억톤의 리튬이 매장돼 있다. 하지만 추출에 필요한 비용은 육지광산에서 채취하는 것과 비교해 막대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과 일본 등에서 관련 기술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 에너지 조사기관(UKERC)에 따르면 지각에 매장된 리튬 약 2500만톤이 2020년 고갈돼 2020년 이후에는 바다에서만 추출해야 할 상황이다. 추출비용은 파운드당 2달러로 육지에서 추출할 때보다 다섯 배가 더 들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일본에서 30년 이상 해수 리튬 자원을 개발해 온 연구자들 의견을 토대로 해수면에서 추출할 때 육지와 비교해 최저 3.5배, 최고 5배 이상 비용증가를 예상했다.

해수면 리튬 추출은 전기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방식으로 해수에 흡착제를 투입해 리튬을 흡착한 후 흡착제에서 리튬이온을 분리해 농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상당한 양의 바닷물과 전기에너지가 필수로 투입된다.

우고 바르디 이탈리아 피렌체 교수가 2010년 공개한 ‘바닷물 속 광물 추출’이라는 에너지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07년 생산된 리튬자원 2만5000톤을 바다에서 생산하게 되면 바닷물 140억만톤이 필요하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리튬 추출과 재처리 과정에 막대한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이 과정에서 해수 여과 등에 전기에너지 1만5000TW가 필요한데 이는 세계 전기 생산량의 1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해수면에서 리튬 추출에 따른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근거로 제시한 첫 논문이다. 해수 광물 자원이 시장 가격에 채산성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광물을 생산하기 위해 투입된 에너지가 광물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에너지를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농도 등 추출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세계가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1980년대부터 바닷물에서 리튬, 우라늄 등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미국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그린뉴딜정책 핵심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칠레·프랑스 등도 해수로부터 리튬을 뽑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포스코도 2010년부터 해수면 추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리튬 회수율을 종전 50%에서 80% 이상으로 증가시키거나 바닷물에 미량으로 녹아 있는 리튬을 선택적으로 추출해 높은 순도 리튬을 생산하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표】주요 국가별 리튬 자원 현황(자료 U.S. Geological Survey)

【표】2014년 리튬자원의 주요 사용처 (자료 U.S. Geological Surv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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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