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동의 사이버세상]<14> 사물인터넷 견인할 웨어러블 디바이스

[손영동의 사이버세상]<14> 사물인터넷 견인할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폰 뒤를 잇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사람 신체에 부착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여러 형태의 장치를 지칭한다. 휴대성과 사용편의성 측면에서 탁월한 웨어러블이 앞으로 사물인터넷(IoT)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업이 착용형 스마트 기기(웨어러블), 사물인터넷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시장주도권 다툼이 시작됐다. 스마트워치·밴드와 같은 착용형 제품이 주류를 이루며 신발·반지·팔찌 등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웨어러블 기기의 높은 인지도와는 대조적으로 확산 속도는 더디다. 새로운 제품이 마구 쏟아지는 것과는 달리 실제 시장침투율은 높지 않기 때문인데, 아직까지는 얼리 어답터 위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가 웨어러블 기기를 구매하지 않은 이유를 요약하면 효용가치가 떨어지고 사용이 불편(착용감·심미감)하다는 것이다.

애플 스마트워치는 웨어러블 시장경쟁을 촉발했지만 기존 피트니스 팔찌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소비자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 글라스는 더 나은 요리법을 시각적으로 전해줄 수 있고 센서로 생체신호를 분석해 건강한 삶을 도와줄 수 있다. 의료진이 수술을 진행하면서 구글 글라스로 실시간 의견을 교환하고 수술 영상을 송출하기도 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구글 글라스로 음악을 듣거나 이메일을 확인하고 교통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음성인식 내비게이션을 개발했다.

이런 구글 글라스도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1월 구글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구글 글라스 상용화 모델 생산과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비싼 가격과 짧은 배터리 시간, 킬러 앱도 부족했다. 게다가 사생활 침해와 안전문제도 불거졌다. 구글은 보안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얼굴인식 기능을 넣지 않겠다고 했지만 구글 글라스 착용을 금지하는 레스토랑까지 생기는 등 시작도 해보기 전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웨어러블 기술을 둘러싼 이슈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전력 소모를 최소화(저전력)하면서 무게(경량화)와 크기(소형화)를 줄이는 것이다. 몸에 착용하기 때문에 거추장스러우면 아무리 기능이 뛰어나도 대중화에 한계가 있어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착용감이 중요하다. 무엇이 킬러 콘텐츠가 될지도 불분명한 상황이지만 제조 기술보다 콘텐츠와 디자인이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업은 웨어러블의 효용성·사용성 극대화를 위한 기술과 시나리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술적 한계와 소비자 기대치 간극을 메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정보기술기업과 패션·디자인 전문기업 협업도 이뤄지고 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머리·손목에 착용하는 액세서리형에서 인체에 부착하는 신체부착형, 직물과 일체화된 의류일체형, 생체 친화적 회로를 활용한 생체이식형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워치는 태양광 충전, 증강현실 적용,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지금의 한계를 극복해나갈 것이다. 스마트 렌즈는 시력을 측정하고 백내장·녹내장·망막 질환과 같은 고위험 질병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으며 스마트 셔츠는 사용자 체온이나 맥박 등 신체정보를 모니터링하면서 이상 현상을 감지해 경고할 수 있다. 벨트는 물론이고 목도리나 장갑과 같은 일상 소품에 센서를 탑재해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사람이 직접 센서를 복용하거나 전자장치를 피부에 이식하는 생체이식형 디바이스는 사용자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거나 사용자 인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반려동물에 의무적으로 내장형 칩을 심어야 한다. 이는 반려동물을 신속하게 찾아주거나 동물 유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超)연결사회에선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아이디어로 구현한 제품이 출시돼 실용성을 검증받고 있는 도입기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새로운 디바이스 개발을 위한 센서기술 등 핵심기술 경쟁력이 떨어지고 투자 환경도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지만 유네스코가 선정한 ‘2015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에서 우리가 개발한 인체의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인 ‘웨어러블 발전소자’가 1위를 차지해 발전 가능성을 밝게 하고 있다.

손영동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viking@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