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송금시장 수수료 ‘파괴’ 나선 은행들

높은 수수료로 그동안 재미를 봤던 은행들이 IT 기반 송금 서비스가 출현할 기미를 보이자 속속 서비스 개편에 나섰다. 이르면 내달 대형 은행이 IT를 접목해 수수료를 대폭 낮춘 핀테크형 송금 서비스를 시작한다. 송금 서비스가 새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상대 전화번호 하나만 입력해 송금할 수 있는 간편송금 시스템인 ‘원큐 트랜스퍼’를 이르면 내달 출시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미국·일본·중국·인도네시아 등 24개국에 송금할 수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거래 수수료를 핀테크기업 수준으로 인하하는 서비스를 곧 출시할 예정”이라며 “현재 애플리케이션 등록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유관 서비스 홈페이지 구축을 완료했고 특허도 출원한 상태다.

원큐(1Q)는 인터넷·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원큐 뱅크’, 온라인 전용 대출 ‘원큐 대출’ 등으로 쓰이는 하나금융의 통합 브랜드다. 빠르고 좋은 품질을 의미한다.

한준성 하나금융 전무는 “돈을 전화번호를 통해 보내면 상대방이 근처에 있는 자동화기기에서 돈을 찾아가는 방식”이라며 “수수료도 내부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당히 저렴한 비용으로 송금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법을 활용해 보안도 대폭 강화했다. 돈을 받는 사람은 수취인이 생성한 비밀번호를 포함한 단문메시지(SMS)를 받게 된다. 수취인은 이 비밀번호를 별도 앱에 입력해야만 돈을 찾을 수 있는 방식이다.

하나금융은 우선 캐나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 등 4개국에서 서비스를 먼저 시작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핀테크 스타트업 스트리미(대표 이준행)와 함께 블록체인을 이용한 외환송금 오픈베타 서비스를 12월 시작한다. 기존 송금망이 아닌 블록체인을 이용한 외환송금 방식으로 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외환거래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개방형 네크워크 기술인 블록체인 기반 외환송금 시스템은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한 해외 은행과 제휴해 금융 거래를 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은행 전산망에 투입됐던 보안관리 비용이나 중간수수료, 중계은행 수수료 등이 사라져 저렴한 가격으로 국가 간에 돈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농협은행은 오픈API 협력사인 핀테크기업 ‘머니택’과 시스템 연동 작업에 착수했다. 12월까지 서비스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다. 우리은행도 간편 해외송금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