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C, 방송사업자 셋톱박스 독점 해체 결정 눈앞...셋톱박스로 유튜브도 시청

미국 유료방송 사업자 셋톱박스 독점이 해체된다.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도 TV 셋톱박스로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미 연방 통신위원회(FCC)는 조만간 케이블·위성TV 사업자의 셋톱박스 독점을 깨고 표준화된 셋톱박스나 유사 장치도 사용할 수 있도록 문호 개방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동안 유료방송 가입자는 선택권 없이 방송사업자가 제공하는 셋톱박스를 사용해야 했다. 현재 미국 유료 케이블·위성TV 가입자 1억명 가운데 약 99%가 연간 231달러(27만원) 비용을 지불하며 방송사업자가 제공하는 셋톱박스를 빌려 사용하고 있다. 셋톱박스 월 임차료는 평균 10달러 미만이지만 현재 미국 한 가정에서 평균 2.6대 셋톱박스를 보유하고 있어 임차료 부담이 크다.

FCC 결정이 내려지면 가입자는 유료방송을 변경할 때 셋톱박스를 교체하지 않아도 돼 비용이 크게 절감될 전망이다. 이런 임차비용 부담 때문에 최근에는 저렴한 비용으로 단말기를 구입해 유료방송을 볼 수 있는 넷플릭스·아마존 프라임·훌루TV 등 ‘코드 커터’(Cord cutter)가 인기를 얻고 있다.

FCC, 방송사업자 셋톱박스 독점 해체 결정 눈앞...셋톱박스로 유튜브도 시청

케이블·위성TV 사업자가 셋톱박스 임대로 거둬들이는 연간 수익금은 195억달러(22조6000억원)에 달한다. 때문에 케이블·위성TV 사업자는 수익감소를 우려해 셋톱박스 시장 개방을 적극 반대했다.

FCC는 2010년 4월 스마트TV와 케이블·위성TV 셋톱박스를 통합하는 ‘올비드’(AllVid)를 모든 유료 방송 기기에 의무 장착하도록 하는 법률안을 마련했지만 유료 케이블·위성 TV 사업자와 셋톱박스 업체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스마트 TV 사업에 공을 들이는 구글과 소비자단체 등이 셋톱박스 독점에 줄기차게 이의를 제기하면서 FCC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FCC는 각 가정 시청자가 셋톱박스로 유료 케이블·위성TV와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FCC, 방송사업자 셋톱박스 독점 해체 결정 눈앞...셋톱박스로 유튜브도 시청

셋톱박스 독점권이 해체되면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셋톱박스로 유튜브나 비메오 등 인터넷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어 인터넷 동영상 시장이 활성화되는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또 소비자가 직접 셋톱박스를 선택해 구입할 수 있어 셋톱박스 품질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점권 해체는 기술 혁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전화사업자인 AT&T 전화기 독점권을 해체해 전화기 시장 혁신을 이끌었듯 셋톱박스도 이러한 과정을 밟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했다.

이번 결정은 한국 셋톱박스 업체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휴맥스, 가온미디어 등 우리나라 주요 셋톱박스 업체는 소매시장이 발달한 유럽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FCC결정이 내려지면 미국 셋톱박스 시장도 소매시장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한국 셋톱박스 업체도 미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제품을 고성능·고급화하고 마케팅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세계 셋톱박스 출하량은 2014년에 전년 대비 6% 성장한 2억8600만대로 성장했으며 2015년에 최고 수준인 2억90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기가 셋톱박스 수요를 줄어들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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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톱박스 시장은 영국 페이스(Pace)와 모토로라 홈 비즈니스 사업부문을 인수한 미국 아리스그룹과 시스코, 프랑스의 테크니컬러(Technicolor) 등이 주도한다. 셋톱박스 출하량 기준으로는 페이스가 전체 시장점유율 11.3%를 차지하며, 그 뒤를 테크니컬러가 따르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