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성공적인 스타트업의 조건

[글로벌 칼럼]성공적인 스타트업의 조건

세계적으로 스타트업 열풍이 거세다.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이른바 유니콘으로 불리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성공한 스타트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스타트업을 향한 기대만큼 성공한 기업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과연 성공한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스타트업 사업 영역이 워낙 다양한 나머지 의외로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두 가지 뚜렷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성공적인 스타트업 모두가 예외 없이 혁신기업이라는 점이다.

스타트업 본질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혁신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원동력이다. 시장 창출만이 아니다. 혁신기업은 시장을 선도한다. 그렇지 못한 기업은 리더를 쫓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특히 스타트업 비즈니스에서는 시장 진입조차 어려운 일도 허다하다. 결국 스타트업 핵심 경쟁력은 얼마나 혁신적인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혁신에도 암묵적인 등급이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시장을 완전히 뒤흔들 수 있는 파괴적 혁신이 가장 윗자리에 있다. 시장 경쟁구도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며 기존 시장 강자들과 경쟁에서 단숨에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파괴적 혁신이 가장 가치가 높을까. 파괴적 혁신만이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혁신이 반드시 파괴적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인지, 아니면 시장을 대체하는 혁신인지가 더 중요한 요소다.

파괴적 혁신은 말 그대로 급격한 기존 질서 변화를 수반한다. 즉 혁신에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시장 대체 기능이 더 강하다면 그 저항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기존 법과 제도와 충돌하는 일도 잦아진다. 규제라는 암초를 만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존 시장을 새로운 차원으로 넓히는 혁신은 기존 질서와의 공존이 가능할 뿐 아니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다. 에어비앤비는 여행자들에게 현지인 집에서 머무르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현지인 삶을 살아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새로운 경험은 여행 수요 증가로 이어지면서 관광산업 확대에 기여한다.

모든 혁신은 변화를 수반한다. 그리고 변화를 수용하는 것은 혁신을 가속화하는 지름길이다. 미래 지향적인 새로운 질서와 제도 정비가 병행된다면 혁신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리고 한국 스타트업 비즈니스 역시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강인한 생존 능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그리고 강인한 생존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핵심 가치에의 굳건한 믿음 그리고 유연한 적응력이 요구된다.

에어비앤비 역시 창업 초기 일곱 차례 투자 거절을 당했다. ‘시장이 충분히 크지 않다’ ‘낯선 여행객을 자기 집으로 들이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 등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초기 이용객은 소수였고 증가세 역시 크지 않았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숙박공유로써 세계 사람들이 서로 가까워지는 세상이 펼쳐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은 190개국, 3만4000여 도시에서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디자이너 출신인 창업자들이 오바마 등 대선 후보 이미지를 이용한 시리얼 박스를 자체적으로 디자인해 시리얼을 팔기도 했다. 말 그대로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을 발휘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리얼박스 프로젝트는 미처 기대하지 않았던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었으며 ‘생존을 위해 시리얼까지 파는 유연성을 갖춘 기업이라면 투자할 만하다’는 평가까지 이끌어냈다.

창업은 기본적으로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수반하게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통제할 수 없는 리스크가 있고 불확실성을 100% 제거할 수 없다. 결국은 위험과 불확실성을 견뎌내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은 내적인 강인함에서 나온다. 강인한 생존력이 치밀한 비즈니스 전략과 능력이 출중한 팀을 구성하는 것만큼 오히려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준규 에어비앤비코리아 사장 press-KR@airbn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