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시스코 제휴...장비 교차판매·공동개발

통신장비 시장을 선도하는 에릭슨과 시스코가 손을 잡았다. 변화 바람이 불고 있는 통신장비 시장에 판도 재편이 예상된다.

에릭슨과 시스코는 양사 장비와 판매 및 컨설팅을 통합하는 한편 새 하드웨어와 서비스를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내용의 제휴를 9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에릭슨-시스코 제휴...장비 교차판매·공동개발

제휴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데다 경쟁업체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4월 노키아가 알카텔-루슨트를 약 17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 두 업체 위기감은 높아졌다. 통신장비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두 경쟁사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중국 화웨이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위협 요인이다. 화웨이는 올해 100억달러(약 11조675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등 세계 시장 석권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전체 직원 17만명 중 엔지니어는 7만명이 넘으며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세계 곳곳에 R&D센터를 두고 있다.

결국 에릭슨과 시스코 제휴는 노키아와 화웨이를 따돌리고 5G와 사물인터넷(IoT) 등 급변하는 네트워크 환경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는 라우터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모바일, 관리 시스템, IoT, 글로벌 서비스 등 양사가 진행하는 모든 사업 영역에 걸쳐 협력한다. 에릭슨은 무선통신장비 부문을, 시스코는 인터넷장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제휴시 시너지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무선통신과 인터넷 기술 모두 전문성을 갖춘 화웨이 등 경쟁사와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전력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양사는 무선 네트워크와 인터넷 기반시설 구축에 필요한 제품을 교차 판매할 예정이다. 프랜드(FRAND:Fair, Resonable and Non-Discrimination) 약정으로 5만6000건 이상 특허도 공유한다. 약정에 따라 시스코는 에릭슨에 특허수수료를 제공한다. 양사는 이번 제휴로 2018년까지 각각 연간 10억달러 이상 매출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4월 노키아가 알카텔-루슨트 인수계획을 밝힌 이후 시장에서는 시스코가 에릭슨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두 회사는 13개월 동안 협상하면서 합병도 검토했지만 규제 당국의 까다로운 심사 등을 우려해 제휴하기로 했다.

에릭슨-시스코 제휴...장비 교차판매·공동개발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최고경영자는 “두 회사는 모든 기업과 산업 디지털화 중심축에 네트워크가 전략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며 “파트너십 초기에는 서비스업자에게 초점을 맞출 것이고 이후 기업 고객 세그먼트와 관련된 사업 기회, 산업 전반에 걸쳐 IoT 서비스로 스케일을 확장하고 도입을 가속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척 로빈스 시스코 최고경영자도 “시장이 움직이는 속도에 비춰 볼 때 혁신, 성장과 고객 가치 증진을 위해 적절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회사가 성공할 것”이라며 “이번 파트너십으로 양사 모두 더 성장할 것이고 업계에 놀라운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에릭슨엘지와 시스코코리아 협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유무선 통합 사업 트렌드가 국내 시장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심교헌 에릭슨엘지 부장은 “글로벌 시장 차원에서 발표된 사안을 토대로 국내 시장에서도 협업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며 “양사가 상호 보완적 기술, 사업 포트폴리오가 많아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범 시스코코리아 부사장도 “국내는 성숙한 시장이라고 평가받지만 5G, 사물인터넷(IoT) 관련 새로운 수요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파트너십 구축으로 국내 시장 확대를 위한 공동 개발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권상희·권동준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