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박 대통령, G20 회의서 `구글세` 도입 의지 천명… 韓 구글세 도입 `스타트`

지금까지 ‘유전무세(돈을 벌지만 세금은 내지않는)’로 조세회피 비난을 받아왔던 한국 진출 기업에 더 엄격한 잣대로 ‘유전유세(돈을 벌면 세금을 내는)’가 적용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이 다국적 기업 조세회피를 막는 일명 ‘구글세’ 도입안을 최종 승인함에 따라 한국 적용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 동력을 끌어와 한국시장 내 외국기업의 비정상적 영업 관행과 세금 회피 등 불합리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따라 그동안 논란을 반복하던 다국적 기업의 조세 사각지대 문제가 실마리를 풀어갈 것으로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터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구글세 도입 방침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박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15일(현지시각) 터키 안탈리아 레그넘호텔 컨벤션센터 한,영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영국은 구글세를 첫 도입해 자국내 사업 영위 기업의 역외탈세를 막은 선도 경험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안탈리아<터키>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터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구글세 도입 방침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박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15일(현지시각) 터키 안탈리아 레그넘호텔 컨벤션센터 한,영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영국은 구글세를 첫 도입해 자국내 사업 영위 기업의 역외탈세를 막은 선도 경험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안탈리아<터키>연합뉴스)

G20 정상들은 16일(현지시각)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G20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동대응 방안을 담은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EPS·벱스)’ 최종 보고서를 승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제2 세션에서 “다국적 기업의 벱스에 대응한 조세제도 개혁을 적극 지지한다”며 “개도국이 벱스 대응에 동참할 수 있도록 우리 경험과 지식을 적극 공유할 것이며, G20 차원의 지원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벱스는 다국적 기업이 조세 회피처나 국가 간 세법 차이 등을 이용해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구글을 비롯해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다국적 기업 상당수가 세율이 높은 나라에서 수익을 얻고 세율이 낮은 나라로 옮겨 조세를 회피해 왔다.

◇BEPS 대응, 조세 회피 막는 첫 국제 합의

이번 합의는 G20 국가가 글로벌 공조를 함으로써 실효성 있는 국제조세 개혁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세회피를 막는 국제합의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다국적 기업 조세회피 행위는 개별 국가 차원에서 규제하는 데 한계가 따랐다. 다국적 기업은 공시나 외부 감사 의무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수익 구조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OECD에 따르면 벱스로 인한 세수 손실은 매년 세계 법인세수의 4~10%에 해당하는 1000억~24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3년 해외법인 9532곳 가운데 무려 절반이 넘는 4752개 기업이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이 가운데 매출 1조원 이상인 기업이 15곳이다. 구글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매년 국내에서 1조5000여억원 앱 판매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일랜드 지역에 관련 전산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유로 세금을 회피해 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 조세회피는 국가 간 조세 특혜 경쟁을 심화시키고 국가재정 부실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야기해왔다”며 “이 문제는 국제공조를 통한 공동대처로만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G20 정상이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소득국에서 과세 맞아

G20의 벱스 규제안은 15개 과제에 대한 대응 조치로 △강제이행 의무가 부여되는 최소기준 △강한 이행을 권고하는 공통접근 △선택적 도입이 가능한 모범관행·권고안·지침 등으로 크게 나뉜다. 이행강제력을 가진 최소기준의 경우 유해조세제도 폐지와 조약남용방지, 국가별보고서 도입, 효과적 분쟁해결 등이 포함돼 있다.

유해조세제도 폐지는 국가 간 차별적 조세감면이 소득이전과 세원잠식의 원인이라는 지적에 따라 각종 조세지원제도 유해성을 판단하고 정보 교환으로 제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원칙적으로 소득 지급국에서 과세하고, 미과세 시에는 수령국에서 과세하도록 했다.

조약남용방지는 우회투자 등을 통해 비과세나 제한세율 등 조약혜택을 부당하게 누리거나 조세를 회피하는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조세 조약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는 법적 지위를 제한하도록 했다.

국가별 보고서는 기업 조세회피전략에 대한 과세당국의 정보수집능력 강화를, 분쟁해결은 조세조약상 상호합의절차 규정을 개선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벱스 이행지원센터 설립 등 단계적 이행

최경환 부총리는 “우리나라 국정과제인 조세확립과 맥을 같이하는 국제조세 개혁 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국가 간 이행 모니터링 체계 구축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며 “국내외 투자여건과 다른 국가 벱스(BEPS) 대응방안 도입 현황 등을 분석해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조세조약’ 등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개정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등은 G20 후속조치 논의 등 이행단계에 따라 2017년 이후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새로운 국제 조세 기준에 국내 기업이 적응하고 납세 부담을 과도하게 지지 않도록 ‘벱스(BEPS) 이행지원센터’도 설치한다. 포럼, 세미나 등을 개최해 관련 교육과 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다.

조세 회피를 방지하고 역외 세원을 양성화하기 위해 각국 과세당국 간 조세 정보도 자동으로 교환하게 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각국 당국의 긴급 요청이 있을 때만 금융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인도, 멕시코 등 10개국은 오는 2017년부터 자동교환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일본, 호주, 러시아, 브라질 등 9개국은 2018년부터 자동 정보교환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벱스 대응방안에 그동안 핵심 내용으로 간주돼 왔던 혼성불일치 해소, 이자비용 공제 제한 등은 권고 사안인 공통접근으로 분류되면서 실효성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G20과 OECD는 공통접근 과제를 의무가 부여되는 최소 기준으로 격상시키기 위한 논의를 2020년 이후에 다시 한다는 방침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