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메모리 기술업체 넷리스트 270억 투자…인텔 견제 포석

특수 메모리 특허 다량 보유 ‘넷리스트’…인텔 견제 포석

삼성이 엔터프라이즈 특수 메모리 특허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미국 기술기업에 투자했다. 투자는 30년 만에 메모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19일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메모리사업부, 삼성벤처투자는 미국 메모리 기술업체 넷리스트에 2300만달러(약 270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800만달러, 삼성벤처투자가 1500만달러를 냈다.

넷리스트 본사 전경.
넷리스트 본사 전경.

넷리스트도 19일(현지시각) 삼성 투자 사실을 공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얼바인에 본사를 둔 넷리스트는 2000년 설립됐으며 나스닥 상장사다. 18일(현지시각) 나스닥 종가 기준 시가 총액은 3200만달러 수준이다. 삼성은 넷리스트 시가총액 70% 이상을 투자했다. 삼성의 이번 투자로 양사는 향후 5년간 특허를 공유하고 신제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넷리스트는 서버, 라우터, 광대역 스위칭 시스템에 탑재되는 엔터프라이즈용 특수 메모리 전문기업이다. LG반도체 임원 출신 홍춘기 대표가 설립했다. 이 회사는 최근 서버 시장에서 각광받는 비휘발성메모리모듈(NVDIMM:Non Volatile Dual In-line Memory Module) 분야 핵심 원천 특허 12건을 출원했거나 출원 중이다. HP, 델, IBM, 슈퍼마이크로, 넷앱, 님블스토리지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NVDIMM은 D램이 얹히는 DIMM 모듈에 낸드플래시나 P램 같은 비휘발성 메모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메모리 모듈이다. D램 임시 저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낸드플래시에 저장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전원 손실이 발생했을 때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 복구할 수 있다. 백업 기능이 있는 D램 모듈인 셈이다. NVDIMM은 스토리지 역할도 할 수 있다. 중앙처리장치(CPU)와 직접 통신하는 DIMM 규격인데다 D램이 캐시 메모리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다. 넷리스트는 D램 데이터를 비휘발성 메모리로 옮기는 NVDIMM 컨트롤러 기술 핵심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이 NVDIMM 핵심 특허를 보유한 넷리스트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이유는 인텔이 이 기술로 메모리 시장 재진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인텔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독점적 점유율을 확보해 기술 표준을 좌우할 수 있다. CPU와 메모리를 묶음으로 판매할 공산도 크다.

인텔은 서버 메모리 시장 공략을 가시화했다. 최근 마이크론과 상변화메모리(P램:Phase Change RAM) 일종인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를 개발했다. 지난 8월 미국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 인텔은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를 DDR4 D램과 DIMM 모듈로 구성해 서버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약 6조2000억원을 투입해 중국 다롄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메모리 생산 공장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자칫하면 엔터프라이즈 D램,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을 인텔에 상당 부분 뺏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가 넷리스트에 투자해 기술 특허와 고객사를 우회 확보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삼성과 손잡은 넷리스트는 내년 1월 한국 지사를 공식 출범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PC, 스마트폰, 태블릿, 서버 가운데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서버 분야가 유일하다”며 “메모리 업계에선 ‘서버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는 조만간 NVDIMM을 표준 기술로 제정할 예정이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