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상도 측정표준 바꾸자” 공세…LG, 대응팀 꾸려 방어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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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적록청백(RGBW) 부분화소 구조 4K 울트라HD(UHD) TV 기술을 놓고 빚어진 삼성과 공방에 대응하고자 전담팀을 가동했다. 삼성전자가 이 기술을 도입한 디스플레이가 “4K가 아닌 3K로 봐야 한다”며 국제 위원회에 측정표준을 바꾸자고 제안한 데 대한 맞대응이다.

LG디스플레이 RGBW 패널을 탑재한 LG전자의 UHD TV.
LG디스플레이 RGBW 패널을 탑재한 LG전자의 UHD TV.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최근 RGBW 4K TV 공동 태스크 대응 조직을 꾸리고 삼성전자의 측정표준 변경 움직임 저지에 나섰다. 태스크는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TV 상품기획, LG디스플레이 개발, 상품기획, 마케팅, 프로모션 인력으로 구성됐다. LG전자보다 LG디스플레이가 더 많은 인원을 투입했다.

LG디스플레이는 RGBW 패널을 공급하며 한국과 대만 경쟁사를 누르고 4K UHD TV 패널 시장 1위 자리에 올라섰다. 모회사 LG전자에도 패널을 공급하지만 이보다 중국 TV업체에 공급하는 물량이 훨씬 많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최근 세계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산하 디스플레이계측국제위원회(ICDM:International Committee for Display Metrology)에 해상도 측정법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ICDM은 디스플레이 측정과 평가 방법이 규정된 정보디스플레이측정표준(IDMS1:Information Display Measurement Standard version1)을 제정하는 위원회다. IDMS1에 따르면 현재 기준은 인접한 흑백선 휘도 차이가 50% 이상 나면 해상도로 인정된다. 삼성전자 VD사업부는 휘도뿐만 아니라 색상도 기준에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나의 화소에 RGB 부분화소가 모두 포함돼 있어야 한다는 것. 이대로 측정 기준이 변경된다면 LG RGBW 패널은 4K임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

다만 삼성 제안이 아직 주요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데다 표결까지 간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측정표준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ICDM 회원사는 내년 2월 20일께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리는 정기 모임에서 삼성전자가 제안한 해상도 측정표준 변경안을 주요 안건에 올릴 것인지 논의한다. 이 사안이 회원사 동의를 얻어 안건으로 상정되면 추후 표결로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75%가 넘어야만 표준이 바뀐다.

ICDM 회원사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벨기에, 중국의 주요 디스플레이 측정·평가·컨설팅 업체 17곳으로 구성돼 있다. LG는 이들 기업 ICDM 담당자와 개별적으로 접촉해 RGBW 기술 정당성을 알리고 있다. 우선적 목표는 주요 안건 상정을 저지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반대되는 움직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안건으로 상정되면 삼성전자는 표준을 바꾸기 위해 75% 우호세력을, LG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25% 이상 우호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안은 삼성과 LG의 싸움처럼 비쳐지지만 삼성 내부에서도 해상도 측정표준 변경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IT모바일(IM) 부문에선 RG-BW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탑재한 노트북, 태블릿을 이미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가전(CE) 부문 VD사업부와는 또 다른 견해인 것으로 전해졌다. 측정표준이 바뀐다면 하나의 화소에 두 개의 부분화소가 포함된 펜타일 방식 소형 OLED 패널도 기존 해상도 수치를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