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제품을 잘 만들었는데 왜 안 팔리지?

[미래포럼]제품을 잘 만들었는데 왜 안 팔리지?

최근 읽은 오종우 교수의 ‘예술수업’ 내용 가운데 철학자 리처드 로티(1931~2007)가 표현한 ‘인류사회의 속성이 신화의 시대-철학의 시대-종교의 시대-과학의 시대를 거쳐 이제는 예술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한 구절이 지금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생산적인 관점에서 표현된 원시시대-농경시대-산업시대-정보시대-지식시대를 거쳐 창의시대로 변하고 있다는 표현보다 느낌이 더 좋은 것 같다.

예술의 시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 가운데 제품을 잘 만들던(특히 전자정밀 제품) 일본 제품을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찾아 볼 수가 없다. 애플 아이폰을 본 사람들이 “우와!~~ 이건 예술이다” 하고 감탄을 하던 모습을 보았다.

대형화, 고급화된 우리나라 TV는 글로벌 시장에서 명품으로 자리 잡는 듯했지만 샤오미가 3분의 1 가격으로 TV를 출시하자 소비자들 구매가 잇따르고 있다. 또 주위 많은 중소기업이 아이디어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지만 기대와 달리 소비자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식당도 요즘 장사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식당도 있다. 내가 자주 가는 맛집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하면 대부분 엄지손가락을 치세우며 “야! 이거 예술이다”고 찬사를 한다.

프랑스 축구를 아트 사커라고 치켜세웠듯이 사람들은 감동적인 그 어떤 것을 접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기대 이상 서비스·사물을 접할 때 예술이라는 찬사를 보낸다. 예술의 본질은 어떤 패턴에 결코 종속되지 않고 새로운 사고를 탄생하게 만드는 가장 능동적인 원동력이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 경험과 기대를 뛰어넘는 작품을 칭한다.

요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지 않으면 다들 몰락할 것이라고 한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하지만 퍼스트 무버는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게 슬픈 현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삶은 실질세계와 여분세계로 균형이 잡혀 있어야 창의적 사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고성장 기적을 이루었지만 현재 대부분 한국인은 성적이 인격이고, 매출이 인격인 시대에 태어나고 자라고 배워왔기에 대부분 먹고사는 문제에 함몰돼 있다. 즉 좌뇌가 비대하고 우뇌는 빈약한(여분세계가 빈약) 편이다.

글로벌시대 점점 한국기업이 놀라울 정도의 혁신적인 애플, 구글, 샤오미 등과 게임조차 힘든 이유는 이제 더는 성실성, 근면함 무기만으로는 게임자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이 무기는 딱 3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지금부터라도 기업은 구성원들의 우뇌를 발달시킬 수 있는 시도를 해야 한다. 더불어 경영진과 직장인도 어떻게 하면 자사제품을 작품으로 만들 수 있을지 묘책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 학자 말씀 중 전적으로 공감하는 내용 하나를 소개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기업의 큰 변화는 창조경제가 맞다.

기업경영의 철학적 해석이 바뀌고 일하는 문화와 방식이 바뀐다. 경영과학에서 경영예술로 승화되고 있고 그런 기업이 살아남게 된다. 제품을 잘 만들면 되는 시대에서 이제는 작품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김학훈 날리지큐브 대표이사 khhkhh@kcub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