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경, 문명과 게임을 말하다 "한국 게임산업 이 정도면 선방하는 것"

“남들이 안 만드는 재미있는 게임을 내놓자는 원칙은 변함이 없습니다. 매번 참신한 게임을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잘나가는 코드를 맞춘 게임을 제작하는 것도 경영자로서 할 일입니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다음 달 2일 온라인게임 ‘문명 온라인’을 출시한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 ‘아키에이지’에 이은 ‘송재경 표’ 네 번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MMORPG는 대규모 인원이 접속하는 특성상 많은 개발인원과 시간 그리고 자금이 필요하다. 최근 2~3년간 모바일게임으로 시장 중심이 넘어갔지만 송 대표는 여전히 MMO게임을 만든다.

문명 온라인은 이용자가 ‘중국’ ‘이집트’ ‘아즈텍’ ‘로마’ 중 한 문명을 선택해 스스로 조직과 도시를 만들어 다른 세력과 겨루는 게임이다. 일정 기간(6일)이 지나는 동안 누가 더 많은 영토를 차지하는지, 문명을 더 고도화했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문명은 큰 룰 이외에는 정해진 플레이 방식을 제시하지 않는다. 각 세력에 모인 이용자가 난상토론을 펼치고 방향을 결정한다. 기존 MMORPG가 캐릭터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문명은 이용자 간 커뮤니케이션과 이를 기반으로 한 게임 내 조직 운영이 중요하다. 송재경 철학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이 같은 방식 때문에 테스트 기간 동안 벌써부터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넘쳐 난다. ‘길드장’ 독단으로 결정을 내려 이용자가 반발하는 일이 생겼다. ‘헬조선을 구현한 게임’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송 대표는 이 같은 과정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송 대표는 “MMO 본질은 개발자가 판을 깔아주고 이용자들이 그 위에서 놀게 하는 것”이라며 “개발진은 이용자가 게임을 어떻게 가지고 노는지 보며 그들 요구사항에 대응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가 만든 게임은 여전히 넥슨(바람의 나라), 엔씨소프트(리니지), 엑스엘게임즈(아키에이지)에서 운영 중이다. 그는 “(내가 관여한 게임이) 여전히 시장에서 서비스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온라인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모바일게임 시대에 접어들어 한국이 게임강국 위상을 잃은 것에 소회를 물었다.

그는 “이 정도도 잘하고 있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긍정적 인식이 전반에 깔려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2000년대 중반 잠시 온라인게임 개발력으로 세계에 최정상에 오른 적이 있었지만 사실 잠깐이었다”며 “모바일게임 시대에 와서 유럽이나 심지어 중국에도 밀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송 대표는 “그러나 국내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이나 시장 규모로 봤을 때 이 정도 수준을 이어가는 것도 상당히 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엑스엘게임즈는 내년 상장을 추진한다. 회사를 공개 시장에 내놓는다는 것은 게임업계에 투신한 이후 줄곧 자신의 색깔이 강한 게임개발에 몰두해 온 송 대표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는 상장에 대해 “회사든 개발이든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회사가 영속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상업성을 강화한 게임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엑스엘게임즈 창업부터 함께 해온 동료들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는 의미도 크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송재경, 문명과 게임을 말하다 "한국 게임산업 이 정도면 선방하는 것"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