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고폰 수출 금지` 범정부 대책반 가동해야

유엔환경계획(UNEP)이 바젤협약에 근거해 중고 휴대폰을 유해 폐기물로 지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고폰을 방사능물질 같은 유해물로 보겠다는 것이다. 유해 폐기물로 지정되면 중고폰 수출이 전면 금지된다. 이르면 2017년부터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

우리나라 휴대폰, 통신, 유통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에서 수출하는 중고폰 규모는 연간 1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막히면 당장 수출 유통업자가 줄도산할 것으로 우려된다. 중고폰으로 벌어들이는 수조원대 수출액도 날아간다.

유통업계가 내수로 눈을 돌리면 휴대폰, 통신 업계로 줄줄이 타격이 미친다. 값싼 중고폰이 대거 풀리면서 신제품 교체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 내수시장이 작은 국내 휴대폰 업계는 신제품 교체 수요로 시장을 창출해왔다. 휴대폰, 통신, 유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붕괴되면서 내수 경기도 그만큼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바젤협약은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연합인 77그룹이 주도한다. 개발도상국은 자국으로 유입된 중고폰이 폐기될 때 환경오염 문제를 걱정한다. 개도국에선 변변한 시설이 없어 못 쓰는 중고폰을 아무런 조치 없이 소각하거나 매립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도국의 이 같은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국제기구와 협력해 개도국 중고폰 처리시설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실질적인 대안까지 생각해봐야 한다. 개도국이 중고폰을 수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고폰 수출길이 막히면서 곤경에 처할 국가들과 연대하는 것도 시급하다. 국제협약은 국가 간 힘의 논리도 작용하지만 누가 더 치밀하게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지에 따라 향방이 갈린다. 외교부·환경부·미래부 등 관련부처가 하루빨리 공동 대책반을 가동해야 한다. 우물쭈물하다가 국내 ICT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