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금융계 삼성전자 탄생 위해 핀테크 중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의 삼성전자 탄생을 위해선 금융개혁과 핀테크 등 혁신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5일 임 위원장은 연세대학교에서 ‘금융개혁 추진현황 및 주요과제’를 주제로 한 특별강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금융계 삼성전자 탄생 위해 핀테크 중요"

‘효정 이순탁 교수 기념강좌’로 마련된 이날 특강에서 임 위원장(경제학과 78학번)은 강연자로 나섰다.

이날 준비된 100여 좌석은 모두 차고, 미처 입장하지 못한 학생들이 뒤에 서서 빼곡히 들어찰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임 위원장은 “삼성전자처럼 강력한 글로벌 회사가 금융에는 왜 없냐는 의문에서 금융개혁이 시작됐다”며 “현재 우리나라 금융업은 국내시장 안주 및 수익창출 능력 약화로 금융업 부가가치 비중이 정체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오지 못한 이유로 보신주의와 경쟁력 약화를 꼽았다. 독과점 이윤을 얻는 규제산업으로 금융사 스스로 혁신의 절박함이 부족할 뿐 아니라, 낡고 그릇된 관행에 젖어있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영국 금융전문지 ‘더 뱅커’ 세계은행 순위에서 100위권 안에 든 국내은행은 6개뿐이고 그마저도 모두 50위 아래”라고 지적했다.

업무 성과가 좋은 직원에게 많은 보수가 돌아가는 성과주의 문화가 금융권에 정착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은행 종사자 1인당 평균임금은 5만7900달러인데 미국, 일본, 중국, 대만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미국 씨티은행은 전 세계 점포 160개를 운영 중이지만, 우리나라는 전 금융사 해외점포를 모두 합쳐봤자 37개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금융사 가격, 상품 결정에 일일이 간섭하는 등 금융당국이 심판 역할이 아니라 코치 역할을 해온 것도 금융업 정체 원인으로 꼽았다.

임 위원장은 금융개혁을 위해 금융당국부터 변화하겠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초 카드사 정보유출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당시 임 위원장은 NH농협지주회장으로 재임했다.

그는 “카드 3사 1억건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재앙에 가까웠다”며 “그러나 카드사 한 곳당 받은 과징금은 고작 600만원인데 반해 제재를 받은 직원은 100명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정보 유출 등 위반 사항에 대해 기관 제재는 강화하되 개인 제재는 줄여 창의와 자율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건건이 간섭하는 사전규제는 없애고 사후규제로 바꾸는 등 인내를 갖고 개입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단기간에 금융의 삼성전자가 탄생하기는 어렵지만 정부와 금융사가 함께 노력해 제도 개선과 금융문화를 업그레이드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금융개혁 과제로 핀테크 활성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임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IT가 발전했지만 전에 없던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창출하는 ‘이머전트 핀테크’가 약하다”며 “내년부터 시작되는 크라우드 펀딩,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