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 대통령 영결식]YS가 남긴 성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치 선진화는 물론 우리나라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고 부족함이 없다. 우리나라가 21세기 정보화 시대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초석도 다졌다.

김 전 대통령이 집권한 5년간 대한민국은 개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감한 추진력, 주도적 리더십, 특유의 돌파력, 두려움 없는 결단력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개혁 조치가 잇따랐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94년 12월 APEC정상회의에 참석, 귀국하자마자 세계화 선언과 동시에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확대·개편하겠다는 결단을 내린다. 이른 바 지구촌 경제 시대와 정보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현실을 간파한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 정보통신부로의 확대·개편은 이례적이었다. 취임 이후 줄곧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부처 줄이기를 지속한 것과는 상반된 결정이었다.

김 전 대통령이 정보화를 얼마나 중시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통부 주도의 정보화 정책은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초고속성장 기반이 됐다.

1995년 국책사업으로 진행된 초고속인터넷망 구축과 1996년 세계 최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이동전화 기술 상용화 성공은 우리나라가 ICT 선도국가 반열에 오르는 기폭제가 됐다.

정보화 시대로 대한민국을 견인했다는 사실은 김 전 대통령의 위대한 유산이다.

김 전 대통령은 긴급 재정경제명령으로 금융실명제를 전격적으로 단행, 금융거래 투명성을 높였다. 부동산실명제 도입도 마찬가지다. 또 공직자 재산공개제도를 도입, 부정부패 척결에도 만전을 기했다.

군부정치를 종식시켜 우리나라 정치를 선진화 시키는 데에도 결정적 기여를 했다. 조선총독부 건물 해체 등 역사 바로 세우기로 대한민국 역사에 큰 획을 남겼다.

옳은 일이라고 판단하면 정면 돌파하는 김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후대의 공통된 평가다.

“머리는 빌리면 된다”고 말한 김 전 대통령은 올바른 판단을 위해 오피니언 리더로부터 끝임없이 조언을 구했다는 후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반대 의견을 수용하는 데에도 인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통에도 일가견 있다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다.

김 전 대통령은 ‘통합과 화합’이라는 정치적 유언을 남겼다. 우리나라가 이념 논쟁과 진영 논리로 사분오열돼 갈등과 분열이 심각하다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정치인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소모적인 이념·지역·계층을 뛰어넘는 통합과 화합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