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 대통령 영결식] 유산 `ICT 강국코리아`와 영원히 작별하다

싸라기눈과 스산한 찬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가슴도 한없이 시렸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향년 88세로 생을 마감하고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그는 우리나라 현대 정치의 산증인이자 우리나라를 글로벌 ‘ICT강국’으로 만드는 데 초석을 다졌다.

영결식장에서 상도동 사저를 거쳐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이르는 연도에는 한파 속에서도 추도 인파가 운집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하늘도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 가는 눈발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영결식은 2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뜰에서 부인 손명순 여사를 포함한 유가족과 친지,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 장례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를 포함해 장례위원, 해외 조문 사절 등이 참석한 가운데 헌정이 이래 처음으로 국가장으로 엄수됐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조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셨고 신한국 건설을 지향하며 국정 전반에 걸친 변화와 개혁을 이끄셨다”며 “그토록 염원하셨던 평화롭고 자유롭고 번영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오늘의 우리가 해야 할 몫으로 남북 분단을 극복해 통일의 길을 열고 경제 사회 각 부문의 구조개혁과 체질 개선을 통해 경제 재도약을 반드시 이룩하겠다”고 말했다.

고 김 전 대통령은 1927년 12월 4일 경상남도 거제도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60년 넘게 국내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우리 현대사의 험난한 역경을 헤치고 군사정부에서 문민정부를 탄생시킨 역사적 주인공이었다. 바른 길로만 가겠다는 뜻의 ‘대도무문’을 정치 좌우명으로 삼았다. 또 민주화 이후 지체하지 않고 정보화시대로 대한민국을 견인했다. 우리나라가 ‘ICT강국’으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정보통신부’를 출범시켜 지금의 IT강국을 실현시켰다. 우정사업본부 개편도 적극 추진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결코 혼자 힘으로 돌릴 수 없다. 김 전 대통령은 마지막 가는 길에 ‘통합과 화합’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통합·화합의 수레바퀴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산 자들의 몫으로 남게 됐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