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후지쯔, DB사업 추진..오라클과 `동지`에서 `적`으로

한국후지쯔, DB사업 추진..오라클과 `동지`에서 `적`으로

한국후지쯔가 국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솔루션 사업에 재도전한다. 단순 하드웨어(HW) 판매에서 벗어나 수익 중심 솔루션 사업으로 체질을 개선한다. 유닉스 서버사업에서 협업하던 한국오라클과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후지쯔는 내년 중순을 목표로 국내 DBMS 사업을 추진한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이를 위해 본사로부터 관련 제품은 물론 인력까지 대거 지원받는다.

이영환 한국후지쯔 전략마케팅본부 총괄 전무는 “내년 중반기 국내에 후지쯔 DBMS를 판매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본사에서 핵심인력을 데려와 어플라이언스를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구성하고 기술지원, 교육까지 전담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후지쯔가 DBMS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다. 지난해 회사 매출은 전년대비 20% 이상 증가한 156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30억원, 당기순이익도 27억원 적자를 보였다. 서버, 스토리지 등 단순 HW 판매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한국후지쯔 매출
한국후지쯔 매출

회사는 올해부터 서버, 스토리지에 외부 솔루션을 결합한 ‘어플라이언스’ 전략을 강화했다. 네트워크스토리지(NAS), 백업 어플라이언스 등을 출시했다. HW와 SW를 결합하면 라이선스, 유지보수 등 장기적 수익이 생긴다.

DBMS가 어플라이언스 전략에 방점을 찍는다. x86, 유닉스 서버와 DBMS를 결합한 DB 어플라이언스가 대상이다. 후지쯔는 일본 중심으로 DBMS ‘심포웨어’를 판매한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오라클에 밀려 점유율은 미미하다.

한국에서 판매할 제품은 심포웨어가 아닌 리눅스 기반 엔터프라이즈 DBMS다. 상대적으로 고객군이 확고한 오라클 DBMS와 직접적 경쟁을 피하려는 의도다. 기술적 진입장벽도 낮다.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잡은 서버와 결합해 어플라이언스로 출시한다. 수익성은 물론 초기 시장 안착도 수월할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국후지쯔는 2000년 초까지 국내에서 DBMS 사업을 하다 접었다. 점유율이 워낙 미미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한국오라클 점유율은 독보적이다. 한국후지쯔가 내놓을 DB 어플라이언스는 이미 ‘오라클 엑사데이터’가 장악했다. 연간 매출만 700억원이 넘는다. 한국오라클 HW 전체 매출에서 액사데이터가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다.

두 업체 관계도 DBMS 사업에 영향을 미친다. 두 회사는 국내에서 유닉스 서버를 공동 판매한다. 본사 차원에서 프로세서 개발에 협업했다. 수년간 협업관계에서 단숨에 경쟁관계가 된다.

이 전무는 “주력이 될 제품이 DB 어플라이언스인데 일부 오라클 엑사 데이터와 시장이 겹친다”며 “현재까지 협업했지만 필요시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