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최초 양자 컴퓨터 개발 프로젝트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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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슈퍼컴퓨터보다 수천배 빠른 양자 컴퓨터 개발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선진국조차 걸음마 단계인 양자 컴퓨팅 핵심 기술을 확보해 금융·의료·통신 등 전 산업역량을 확보한다.

29일 정부 기관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내년 중반까지 양자 컴퓨터 개발을 위한 추진 계획을 수립한다.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주축이 돼 연구기관, 대학교 등 관련 기관 전문가 10여명이 모여 전략을 마련 중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연구진이 2비트 양자컴퓨터를 실현했다. 사진=뉴사우스웨일즈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연구진이 2비트 양자컴퓨터를 실현했다. 사진=뉴사우스웨일즈대

미래부 관계자는 “양자 컴퓨터는 미래 원천기술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분야”라며 “기획연구 중이며 내부 검토를 거쳐 개발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양자 컴퓨터는 중첩, 얽힘, 결맞음 등 양자역학을 이용한 컴퓨터 기술이다. 이진법을 사용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0과 1 사이에 무수히 많은 값을 연산에 사용한다. 계산공간이 확장되면서 현존 최고 성능을 내는 슈퍼컴퓨터보다 수천배 빠르다. 가령 소인수분해를 기준으로 슈퍼컴퓨터로는 1000년이 걸릴 계산도 양자 컴퓨터는 1시간 이내 값을 찾는다.

이론적으로는 슈퍼컴퓨터를 뛰어넘지만 개발 속도는 더디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국가별로 매해 수조원씩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 기술척도인 ‘논리적 큐비트(최소 처리단위)’는 하나도 못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소규모 이론연구나 기초실험 연구수준에 머물렀다. 선진국과 비교해 기술격차도 10년 가까이 벌어졌다.

우리 정부는 국가 차원 대규모 R&D로 걸음마 수준 양자 컴퓨터 기술을 끌어올리고 원천기술을 확보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10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로 수백억원 투입을 전망한다. 개발대상은 논리적 큐비트 확보를 위한 트랜지스터 등 소자와 소프트웨어(SW), 알고리즘 등 핵심기술 대부분이다. 양자 컴퓨터가 물리, 전자, 전산 등 학문을 초월한 영역인 만큼 개발과정에서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대거 참여할 전망이다.

ETRI 관계자는 “현재 전문가 10여명이 참여해 내년 중반을 목표로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디바이스부터 SW, 알고리즘까지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인데 프로토타입 개발까지는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양자 컴퓨터는 상용화되지 못했다. 개발된다면 우리 생활은 물론이고 전 산업영역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탁월한 계산능력으로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할 수 있다. 일기예보와 재난 예측도 가능하다. 국방영역에도 작전수립 및 지시, 시뮬레이션에 쓸 수 있다. 양자통신, 양자센서 실현도 기대할 수 있다.

양자 컴퓨터는 암호 분야에서 각광받는다. 현재 많이 활용하는 RSA 암호는 새로운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이 개발되면서 안전성이 떨어진다. 양자암호는 양자역학 원리를 이용해 뚫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장기 계획인 만큼 철저히 멀리 바라보고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기술수준을 고려할 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단순히 성과주의에 매몰돼 빠른 시간에 결과물을 내놓으려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문성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은 “양자 컴퓨터는 암호체계 등 산업적 파급력이 커 정부 개발 계획은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기술을 감안하면 10년 이상 꾸준히 투자해야 하는데 결과가 나올 때 까지 인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