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OLED 투자, 중국 패널 제조사에 타격 불가피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잇달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설비 투자를 준비하고 있어 중국 디스플레이 산업 타격이 예상된다. 스마트폰에 OLED 채택이 늘면 국내 기업의 중국 LCD 패널 구매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형 TV용 패널 역시 OLED 비중이 늘면 중국에서 구매하는 보급형 패널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국 OLED 패널 기술력이 국내보다 뒤떨어진데다 쉽게 간극을 좁히기 힘든 분야여서 OLED 패널을 앞세운 국내 기업과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먼저 OLED 투자 신호탄을 쏜 것은 LG디스플레이다. 회사는 경기도 파주에 마련할 새로운 P10 생산라인과 설비에 총 1조8400억원을 투자한다고 지난 27일 발표했다.

구체적 용도는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투자비 중 약 5000억원을 기존 라인에서 대형 OLED TV용 패널을 생산하기 위한 설비 투자에 사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 마련하는 P10은 대형과 중소형 OLED 패널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할 P10 공장에 플렉시블 OLED와 TV용 대형 OLED 등을 위한 설비 투자를 우선 집행해 OLED 대중화를 앞당기는 게 유력하다. P10은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 있도록 최대 11세대급 대형 LCD 생산 라인도 갖출 수 있는 규모다.

중소형 OLED 패널 투자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모두 신규 투자 가능성이 높다. 당장 애플과 아이폰용 OLED 패널 공급을 논의하는 게 주효하다. 연간 2억대가 팔리는 아이폰 물량을 소화하려면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올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OLED 패널을 다수 채택한 것도 긍정적이다. 올해 일부 중급형 모델에도 OLED 패널을 탑재한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중급형 제품군에 이어 보급형까지 OLED 패널을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 시장 전반에 LCD 대신 OLED 비중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중소형 OLED 패널 생산 물량을 늘리기 위해 설비 투자를 검토 중이다. 노후한 LCD 생산라인 L5를 매각키로 결정했으며 유휴 공간이 많은 A3 등에 중소형 OLED 설비를 추가 투자해 중소형 OLED 시장 주도권을 더 높이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TV에서 OLED 비중이 커지면 중국 패널 제조사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장 LCD 채택이 줄어들어 중소형 LCD 공급 물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국내 TV·스마트폰 제조사는 해외 수출물량과 저가형 제품군에 상당량의 중국산 패널을 사용한다. 삼성전자은 태블릿, 노트북 등 IT기기와 저가형 스마트폰에 중국 BOE, 트룰리 등의 LCD 패널을 채택 중이다. BOE는 모바일용 LCD 패널 사업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8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32인치 TV는 삼성과 LG 모두 중국산 패널을 사용한다. 32인치 TV는 손실이 발생할 정도로 마진율이 좋지 않은 제품군이다. 중국에서 판매율이 높고 중국 패널 제조사들이 32인치 패널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만큼 중국산을 조달해 최대 마진을 확보하는 구조다.

OLED 대중화 속도가 빨라지는 분위기지만 당장 중국 제조사의 중소형 OLED 패널 점유율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OLED 패널 양산 기술 격차가 상당한데다 아직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제조사들이 기존 아몰퍼스 LCD 라인을 고해상도의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로 전환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상황도 추후 부담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등 중소형 IT기기 시장이 플렉시블 OLED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지난 9월 스마트폰용 AMOLED 패널이 2500만대 출하된 것으로 집계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격적으로 AMOLED 디스플레이를 중국 기업에 판매하면서 1월 1500만대에서 9월 2500만대 출하로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전체 스마트폰 패널에서 AMO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1월 12%에서 9월 16%로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패널 제조사가 OLED 투자에 속도를 내면 중국과 기술 격차를 내고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LCD 패널 구매가 줄어 실적에 타격을 입히는 영향도 발생한다”며 “OLED 준비가 늦은 일본도 한국의 OLED 투자에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OLED 투자, 중국 패널 제조사에 타격 불가피

 

<2015년 기술 형태별 스마트폰용 패널 출하 비중 (자료: IHS)>


2015년 기술 형태별 스마트폰용 패널 출하 비중 (자료: IHS)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