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기차 천국 구글캠퍼스를 가다…“구글러라 전기차 탑니다”

실리콘밸리 구글캠퍼스 명물이자 2만3000여 구글러(구글 직원) 공용 자전거 ‘지바이크(GBike)’가 전기차로 바뀌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차로 약 30분을 달려 실리콘밸리에 들어서자 구글 로고 색깔로 알록달록 칠해진 ‘G바이크’를 탄 구글러가 눈에 들어왔다. 구글캠퍼스가 가까워졌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잠시 뒤 놀라운 광경이 이어졌다. 구글캠퍼스 중심지 40~43번 건물 주위에 전기차와 충전기(7㎾h급)로 가득한 주차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구글캠퍼스 주차장 절반 이상 넘는 공간에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있었다.

구글캠퍼스 100건물 주차장 모습. 전기차를 타는 구글러는 충전과 주차를 어디서든 자유롭게 할수 있다.
구글캠퍼스 100건물 주차장 모습. 전기차를 타는 구글러는 충전과 주차를 어디서든 자유롭게 할수 있다.

구글캠퍼스 전기차 주차장에서 만난 구글러는 전기차 이용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올해 초부터 피아트 순수전기차 ‘500e’를 운행 중인 B씨는 “직장을 구글로 옮기면서 올해 초부터 전기차를 타게 됐다”며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 유지비용 등 경제적 장점은 물론이고 신경 쓸 게 별로 없어 크게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글러기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B씨는 약 3만6000달러짜리 500e를 장기 리스로 구매했다. 총 3년간 매월 170달러(약 19만원)만 납부하면 유류비와 각종 유지비 걱정 없이 차를 탈 수 있다. 미국 연방정부가 전기차 구매 시 7500달러 보조금을, 리스 시에는 2500달러를 지원하는데다 완성차 업체별로 리스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이 제공된다.

B씨는 “일반 차를 탔다면 기름값뿐만 아니라, 엔진오일, 보험 등에 신경 써야 하지만 회사에 마련된 충전소를 이용하면 전기요금 부담이 전혀 없다”며 “구글러 ID로 캠퍼스 내 무료충전과 주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집까지 왕복 8~9마일(약 15㎞)을 주행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업무 시간 동안 자유롭게 충전·주차하고 집에서는 굳이 충전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구글캠퍼스에는 전기차 충전기 약 3000기와 전용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다.
구글캠퍼스에는 전기차 충전기 약 3000기와 전용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원거리 이동 시에는 민간 충전사업자 블링크(BLINK)나 샌프란시스코시가 운영하는 충전인프라를 부담 없이 편리하게 이용한다. 주정부가 전기차 충전에 따른 전기요금 일부를 지원하기 때문에 24㎾h급 배터리 충전에 5달러면 충분하다. 24㎾급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 최소 7200원에서 1만2000원이 드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구글캠퍼스 안에는 3000대분 이상 전기차 전용 주차 공간뿐만 아니라 수백대 전기차 셰어링 서비스도 무상 운영 중이다. 전기차를 소유하지 않고도 구글러라면 누구든 전기차를 무상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엔 완속충전기(7㎾h)뿐만 아니라 급속충전기(50㎾h)급 충전기도 캠퍼스 곳곳에 구축하고 있다. 구글러 만큼은 충전기 부족 불편이 생기지 않는다.

한 구글러가 자신의 전기차에 충전하려고 케이블을 당겨 플러그를 옮기고 있다.
한 구글러가 자신의 전기차에 충전하려고 케이블을 당겨 플러그를 옮기고 있다.

구글 전기차 이용문화는 실리콘밸리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애플과 페이스북 역시 직원 전기차 이용률을 높이려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사람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팰로앨토시는 최근 새로 짓는 건물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기존 집에 충전기를 설치하려면 공사비 1000~2000달러가 들지만 새 집을 지을 때는 약 200달러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B씨는 “구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애플 등 실리콘밸리에서 전기차 이용이 크게 늘고 있다”며 “기업과 정부, 지자체가 다양한 노력으로 전기차 이용 환경을 개선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인식이 굉장히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운틴뷰(미국)=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