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선 사장 옆에 앉지 마라"…왜?

‘사무실에서 보스(또는 고용주) 옆에 앉지 말라. 불공정한 성격의 고용주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일한 직원들은 훨씬 더 불공정했다. 따라서 보스와 거리를 두는 것은 당신을 더 좋은 직장인으로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된다.`

패스트컴퍼니는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경영대 연구원들이 저널오브매니지먼트에 발표한 5건의 모의 실험 결과를 인용, 직원들이 고용주 바로 옆에 앉는 것은 이들의 근로 품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이 연구결과는 고용주의 부정적 영향에만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 호우웰링겐이 이끄는 연구팀은 150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사무실과 비슷한 환경에서 고용주와 직원 간의 물리적 거리, 그리고 사무실 내 행동 간 상관관계에 대한 실험을 수행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

실험결과 고용주의 나쁜 행동이 퍼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물리적 거리였다. 연구진은 일련의 연구결과 실험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고용주(역할을 한 사람)와 가까이 있을 때 다른 직원들을 부당하고 비윤리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호우웰링겐은 “만일 누군가가 당신 앞에서 개를 찬다면 그건 당신을 매우 분개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다른 어느 곳에서, 누군가가 개를 찬다면 당신은 그처럼 분개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거리는 사람을 특정 상황으로부터 정서적으로 격리되게 만든다”고 말한다.

미국의 텔레비전 코미디 시리즈 '오피스' 세션8. 사진=위키피디아
미국의 텔레비전 코미디 시리즈 '오피스' 세션8. 사진=위키피디아

■어떻게 실험했나?

호우웰링겐 팀은 150명의 경영대 학부생들에게 2명의 부하, 그리고 고용주를 모시고 있는 중간 관리자 역할을 맡겨 모의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은 건물 구내 건너편, 또는 고용주와 똑같은 방에 있도록 요구받았다.

연구원들은 이어 참가자들에게 업무를 주고, 이들에게 결정 내용을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공정한 메시지와, 상사가 원치 않는 일을 시키는 것처럼 보이는 불공정한 메시지를 보냈다.

참가자들은 같은 방에 있는 자신들의 고용주가 보너스와 함께 재미있고 창의적인 일을 시키면서 결국에는 현금보너스를 주는 일, 또는 지루한 일에 보너스도 못받는 일을 맡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받게 된다.

실험 참가자들은 사장의 행동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하도록 요구받고 그들의 부하직원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결정하라는 말을 전해 듣게 된다.

그 결과 고용주와 물리적으로 가깝게 있거나 그와 개인적 동질감을 가지고 있는 참가자들은 고용주의 나쁜, 비윤리적인 행동에 똑같이 영향을 받거나 흉내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 호우웰링겐은 “중간관리자는 사장이 자신을 부당하게 대우했기 때문에 공격성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 또는 고용주를 몰아낼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을 혹사하거나 학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는 직원들이 누군가와 더 많은 거리를 두고 있으면 있을수록 자신들의 고용주와 보다 덜 동일시하거나, 관계가 먼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거리외에 또다른 요인이 있다.

하지만 연구결과는 직원들의 윤리적 행동을 결정하는 또다른 기여 요인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즉, 사회적 그룹에 속할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좀 더 닮고자 하는 경향을 가지게 된다는 점이었다.

반 호우웰링겐은 “사무공간은 직원들 간의 협업,강력한 상호 관계, 물리적 거리를 감안한 균형을 찾도록 설계돼야 한다. 중간관리자와 고용주가 물리적,심리적으로 거리를 두게 되면 자율적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그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가짐으로써 당신은 당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로부터 떨어져 있을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당신은 고용주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그 행동 자체가 가져다 주는 이익에 근거해 가치를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결국 직원들이 좀더 품질높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사무실을 여유있고 열린 공간으로 재설계 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는 셈이다.

반 호우웰링겐은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일터에서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결과적으로 직원들에게 고용주와의 협력 상황을 감안하되, 동시에 물리적인 거리를 두라고 제안하고 있다.

물론 그 역시 “너무 먼 거리는 좋지 않다. 기업은 거리와 친근감 사이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거리는 조직내로 확산되는 부정적인 행동을 멈추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직원과 중간관리자와 고용주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유용하다. 거리는 결정을 내릴 자유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결과를 어떻게 활용할까?

일반적인 회사라면 사장과 중간관리자 사이에는 적어도 약간의 공간을 둠으로써, 아주 큰 사무실을 사용하는 회사라면 일반 직원들은 사장과 반대쪽에 앉거나 전혀 다른 층이나 다른 건물을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번 연구성과를 활용할 수 있다.

작은 신생기업이라면 이런 방법을 사용하기 힘들다. 이럴 경우 사무실을 유연하게 설계해 필요할 경우 사장과의 거리를 두게 록 하면 된다.

반호우웰링겐은 사무실 디자인시 일할 때에는 사장아닌 여러 명의 멘토들과 강력한 관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사람의 부정적 행동이 그들의 동료직원들에게 미칠 영향을 줄여줄 겁니다”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재구국제과학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