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 진출 공들이는 정보보안 업계, `한국색` 빼고 글로벌화 노린다

국내 정보보안 업계가 미국 진출에 공을 들인다. 규모가 한정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이라는 큰물에 뛰어든다. 지난 10월 박근혜 대통령 미국 순방에 함께한 경제사절단에도 정보보안 업체가 대거 포함되는 등 정부 차원 해외 진출 지원도 이어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니네트웍스는 내년 초 미국 보스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네트워크접근제어(NAC) 솔루션 시장을 진입한다. 연구소장이 미국에 체류하며 제품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글로벌 고객에 맞춰 최적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부 고객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도 시작했다. NAC 솔루션뿐만 아니라 글로벌 정보보안 업체와 협력해 인텔리전스 분석에 필요한 각종 소스를 제공하는 사업도 논의 중이다.

주요 공공기관·기업 등에 NAC 솔루션을 공급하는 지니네트웍스는 국내 시장점유율 46%에 달한다. 국내 시장 선두지만 지속 성장을 위해 해외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

지니네트웍스 관계자는 “그동안 일본과 동남아 지역에서 해외 사업을 펼치던 정보보안 업계가 최근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결국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 미국에서 먼저 안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보안 산업 수출은 그동안 대부분 일본과 동남아 등에 집중됐다. 자체 보안산업 저변이 약한 일본으로 지난해 기준 수출액 52%가 집중됐으며 동남아 등을 포함한 기타 지역이 23.9%를 차지했다. 미국 대상 수출은 8.3%에 불과했다.

글로벌 보안 업체가 포진한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았다. 꾸준한 현지화 노력과 차별화된 독자 기술력 확보가 필요했다.

지난 6월 미국 메릴랜드에서 열린 가트너 시큐리티&리스크 매니지먼트 서밋에 참가한 파수닷컴 전시부스 전경(사진:파수닷컴)
지난 6월 미국 메릴랜드에서 열린 가트너 시큐리티&리스크 매니지먼트 서밋에 참가한 파수닷컴 전시부스 전경(사진:파수닷컴)

10여년 전부터 미국 시장에 집중한 파수닷컴은 최근 가시적 성과 달성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진출 초기에는 데이터 보안 시장 인식이 낮아 영업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 시장 흐름에 변화가 찾아오면서 기회를 잡았다. 기업 보안에 데이터 중심 보안 시장 구도가 형성되면서 DRM 기술이 주목받았다.

데이터 보안 솔루션 ‘파수 엔터프라이즈 DRM’으로 미국법인에서 다양한 파트너사에 영업했다. 현지 유명 기업, 기관, 단체 등과 도입 논의 마무리 단계다. 내년부터 본격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법인 CEO와 부사장 등 경영진을 현지인으로 채용했다. 한국산 제품이라는 이미지보다 ‘파수’라는 브랜드에 집중해 영업을 펼쳤다.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 브랜드와 인지도가 해외 영업에 이점을 주기에는 다소 부족한 탓이다.

일본 시장을 개척한 지란지교시큐리티도 미국 진출을 계획 중이다. 윤두식 지란지교시큐리티 대표는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동행한 이후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 일본 시장 진출 성공사례를 기반으로 미국과 동남아 등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한다.

‘한국산’ 브랜드가 이점을 주는 분야도 있다. 유·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보안 기술이다. 해외 보안 업계가 아직 겪어 보지 못한 각종 침해 사례를 국내에서 먼저 겪으며 대응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여타 분야와 달리 네트워크만큼은 세계에서 인프라가 발달하고 복잡한 한국 기술을 높게 평가한다.

지난 2006년 미국법인 ‘소만사테크’를 설립한 소만사는 꾸준한 사업 전개로 현지 인지도를 높인다. 네트워크 보안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소만사 관계자는 “글로벌 보안전문 업체보다 브랜드 인지도는 낮지만 기술력 평가는 좋은 편”이라며 “특히 다양한 유출 채널에 대한 대응과 네트워크 돌연변이 대처 분석 능력은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정부에서도 정보보호·보안 산업을 IT산업 발전 핵심 동력으로 삼고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을 늘렸다. 박근혜 대통령 미국 순방길에 이어 이달 체코 순방에도 정보보안 기업을 경제사절단에 포함했다. 국내 기업 수출지원을 담당하는 KOTRA 역시 ‘한미 비즈니스 파트너십’ 등 정보보안 업계 해외 진출을 위한 기반 마련에 힘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해외 보안 전시회 출품 지원만 늘려줘도 중소 규모 정보보안 업체 입장에 큰 도움이 된다”며 “정부 차원 해외 진출 지원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