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새들은 늙어도 깃털이 하얘지지 않을까?

새들은 왜 나이가 들어도 깃털이 희어지지 않을까? 새들의 날개 깃털에 있는 미세한 나노스폰지 구멍으로 된 구조가 다양한 빛의 색깔을 반사시켜 주기 때문이었다.

데일리메일은 21일(현지시간) 영국 셰필드대 연구진이 새들의 날개깃털이 희어지지 않는 데 대한 의문을 품고 깃털구조를 조사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이는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새로운 페인트나 색깔옷을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어치의 깃털이 인간의 머리카락이나 손톱과 똑같은 케라틴(피부 상피를 구성하는 기본 단백질)으로 돼 있었지만 인간과 달리 스폰지 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어치가 날개 깃털에 있는 이 미세한 나노급 스폰지 구조를 바꿈으로써 다양한 밝은 빛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도 밝혀냈다. 즉 복잡한 깃털 패턴으로 다양한 빛깔을 내고 있었다. 나이 먹은 새들도 결코 깃털 색깔이 희어지지 않는 비밀이 여기에 있었다.

연구진은 X레이 빛 산란장비를 사용해 케라틴으로 만들어진 새들의 깃털이 자외선에서 청색으로, 그리고 다시 흰색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했다.

어치는 깃털에 나노구조의 구멍을 형성하면서 결코 깃털이 희어지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사진=위키피디아
어치는 깃털에 나노구조의 구멍을 형성하면서 결코 깃털이 희어지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사진=위키피디아

앤드류 파르넬 셰필드대 연구원은 “이는 오랫동안 기대해 왔던 색이 바래지 않는 컬러코팅과 재료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새들이 깃털에 있는 초미세(나노급) 스폰지 구조를 형성하는 구멍의 크기와 밀도에 맞춰 어떤 색깔을 반사시킬지 결정한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이는 이런 옷감으로 붉은색 점퍼를 만들면 빨아도 색깔이 빠지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원들은 프랑스에 있는 ESRF장비의 X레이 산란 기술을 사용해 이러한 사실을 밝혀냈다.

결국 어치는 날개에 있는 이 스폰지같은 나노구조의 구멍을 제어함으로써 깃털에 반사되는 빛의 색깔을 조절할 수 있었다. 이 구멍이 더 클수록 더 큰 빛 반사 대역을 갖게 돼 더 흰색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 구멍이 더 작아질수록 반사되는 빛의 파장도 낮아져 청색 깃털 빛깔을 만들어 냈다.

연구진은 깃털 미늘의 구조가 그길이에 따라 변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복잡하고 다양한 색깔 패턴을 만들어냈다. 사진=앤디 파르넬
연구진은 깃털 미늘의 구조가 그길이에 따라 변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복잡하고 다양한 색깔 패턴을 만들어냈다. 사진=앤디 파르넬
어치깃털은 사람과 똑같은 케라틴이었지만 사람과 달리 작은 구멍으로 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 나노급 구멍을 가진 구조에 반사되는 빛이 새깃털을 다른 색깔로 보이도록 하는 비밀이었다. 사진=앤디 파르넬
어치깃털은 사람과 똑같은 케라틴이었지만 사람과 달리 작은 구멍으로 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 나노급 구멍을 가진 구조에 반사되는 빛이 새깃털을 다른 색깔로 보이도록 하는 비밀이었다. 사진=앤디 파르넬
연구진은 어치가 색소대신 깃털에 있는 서로 다른 구멍패턴을 사용해 다른 깃털 색깔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알아냈다. 또 이를 응용해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페인트나 염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앤디 파르넬
연구진은 어치가 색소대신 깃털에 있는 서로 다른 구멍패턴을 사용해 다른 깃털 색깔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알아냈다. 또 이를 응용해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페인트나 염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앤디 파르넬

새들의 깃털에는 이처럼 일생동안 변하지 않는 나노급 스폰지 구조가 남아 있어 나이가 들어도 결코 깃털이 희어지는 일이 없다. 반면 인간의 머리카락에 있는 검은 색소는 천천히 빠져버리면서 머리카락을 회색으로 만든다.

이 연구에 참여한 셰필드대 물리학과 아담 셰필드박사는 “이 연구는 왜 자연 속에서는 각도를 달리해 봐도 변치 않는 녹색을 찾아보기 힘든지에 대한 오랜 수수께끼를 풀어주었다”고 말했다. 녹색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하고 좁은 파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같은 어치에서 발견되는 스폰지 구조를 가지고서도 만들기 힘들다.

결국 새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낸 녹색을 만드는 방식은 색깔 위장이었다. 즉 어치에서 보듯 구조적인 청색, 그리고 청색의 일부를 흡수하는 노란색을 결합하는 방식이었다.

셰필드대 연구진들은 시간이 지나도 변색되지 않는 페인트 제조에 나선 페인트업체 연구진과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다래 맥로린 악조노벨장식페인트재료과학연구소팀 박사는 이 연구는 새로운 형태의 페인트를 만들 수 있도록 이끌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우리는 이 놀라운 새로운 발견을 통해 더 밝고 오래 가는 새로운 페인트를 만들 수 있게 됐으며, 탄소발자국도 줄일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사이언티픽리포트에 게재됐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재구국제과학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