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지역명품, 이제 세계로 가자"

[ET단상]"지역명품, 이제 세계로 가자"

현대백화점에 가면 ‘명인명촌’이라는 매장이 있다.

간장·고추장·식초 등 전통 식자재와 소곡주·탁주 등 전통 술, 수제 요구르트 등 각종 식품류 상품이 전국 명인 손으로 만들어져 스토리를 입고 고급 디자인으로 포장돼 비싼 가격에 팔린다.

지역 특화 자원이 명인의 전통적 기법, 현대 기술과 융합해 명품으로 재탄생되고 시장에서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올리브영은 ‘리얼(REAL)’이라는 대중적 브랜드로 지역 특화자원을 활용한 생필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다시마 추출물을 첨가한 크림타입 휴대용 튜브(Tube) 비누, 약쑥·유차씨오일이 첨가된 헤어 클리닉 제품 등 20~30대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소비재 제품이다.

미국,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열리는 전시 상담회에서는 이러한 국내 지역특화자원을 활용한 상품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강원 청정소재 효소 기술을 이용한 천연 비료, 충북 누에와 뽕을 활용한 기능성 화장품, 원주 한지를 소재로 한 한지호일 등이 그 사례다.

자칫 묻혀 버릴 수 있었던 특화자원과 전통기술이 이렇듯 다시 시장에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정부(산업통상자원부)와 지자체, 지역대학, 지역 명인이 10여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힘을 모은 결과다.

2004년 시작한 시군구 기초 지자체 특화자원에 기반을 둔 지역상품 개발, 명품 육성지원은 지역 기업뿐만 아니라 특산물을 생산하는 1차 재배농가에까지 그 수혜가 미치고 있다. 지원 예산 대비 사업효과가 뛰어나다.

그러나 지역 명품이 세계로 가려면 넘어야 할 벽이 여전히 많다. 우선 지역 명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이 영세해 생산 규모가 크지 않고 자체 마케팅 역량이 취약하다.

세계시장 흐름을 읽고 지속적으로 시장에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네트워크가 없다. 개발 제품을 세계 시장이 원하는 상품으로 업그레이드 할 역량이 부족하다.

지자체와 마케팅 지원기관 지원으로 상품을 해외 전시회에 출품해 보지만 단발적이어서 지속적 네트워크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찾기도 힘들다. 해외 바이어 관심도 일회성으로 그쳐 최종 수출 계약까지 성사되는 사례가 드물다.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올해 5월 산업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지역특화상품 글로벌 명품화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골자는 대형유통사, 마케팅지원기관, 수출지원기관, 지자체, 지역기업 등과 해외 수출 시장 확대를 위해 손을 맞잡는 것이다.

지난 9월 미국 뉴욕과 LA에서 지역특화상품 수출 상담회를 개최했다. 이 기간 한인 무역인 및 현지 바이어와 총 184건(상담금액 516만달러) 수출 상담을 진행했다. 12월에는 중국 다롄, 우한 지역에서 지역특화상품 60여점 수출상담회를 개최했다. 중국 현지 바이어 관심도 뜨거웠다. 참여한 네 기업은 현지 유통사와 수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는 등 일부 제품은 곧 수출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해외 행사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지역 특화자원을 활용한 글로벌 명품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단발적 전시상담회 한계도 있다. 해외 수출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도 절감했다.

어려움에 직면한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력은 이러한 생필품 등 소비재 명품화와 해외시장 진출에서 찾아야 한다. 기업 성장만큼이나 시장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지역 명품이 세계 시장으로 가는 닻을 올렸다면 내년에는 정교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본격 항해를 시작해야 할 해다.

진혁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지역산업단장 muaijin@kia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