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전면중단]北 돈줄 죄고, UN 안보리 고강도 제재 이끌 `극약처방`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들이 10일 정부 전면중단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 삼청동 한 식당에서 대책회의를 가진 뒤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를 뜨고 있다. <연합뉴스>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들이 10일 정부 전면중단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 삼청동 한 식당에서 대책회의를 가진 뒤 어두운 표정으로 자리를 뜨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키로 한 것은 주변국 의지 없이 우리가 단독으로 쓸 수 있는 최고 수위 대북 압박 카드다. 1차적으로 남북 관계 최후 보루로 꼽히는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켜 북한 자금줄을 차단할 수 있다. 2차적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용납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표출한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실효적이고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를 이끌어내려는 종합 포석으로 풀이된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우리 국민 안위와 한반도 평화, 기업 경영활동이 모두 위협받는 현재 상황에서는 과거와 같이 개성공단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정부는 앞으로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한 귀환을 최우선으로 하고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따른 제반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가능성은 이미 설 연휴 기간이던 8일쯤부터 감지됐다. 통일부는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개성공단 업체들에 현지 체류 인원을 줄이라는 통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이번 가동 중단 조치로 적잖은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유관기관 합동으로 범정부 지원단을 구성해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10일 서울 삼청동 한 식당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과 대책회의 도중 나왔다가 침통한 표정으로 다시 회의 장소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10일 서울 삼청동 한 식당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과 대책회의 도중 나왔다가 침통한 표정으로 다시 회의 장소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에 북한 측은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10일 오후 5시쯤 북측에도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을 통보했다.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남측 인력 철수 절차 등을 북측과 협의할 예정이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184명의 남측 인력이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근로자 철수 조치로 인해 2013년 4월 8일부터 9월 15일까지 조업이 중단된 이후 2년 5개월 만에 다시 중단됐다.

이번 조치는 10일 오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결정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 결단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가동으로 북한 근로자 임금을 포함해 북한으로 흘러들어간 돈이 616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매년 국제사회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는 형편에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는 것은 북한 당국이 고통받는 주민 삶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이런 행태가 계속 반복되도록 그냥 둘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에서 과거와 다른 차원의 고강도 대북 제재를 이끌어내기 위한 사전 조치 성격도 있다. 남북 경제협력 최후 보루를 폐쇄한 만큼, 국제사회 차원에서도 최고 수위 압박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가 전면 중단 카드를 꺼내든 만큼, 남북 관계는 물론이고 국제 제재 수준까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재가동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재가동 조건에 “북한이 핵, 미사일 개발에 우리와 국제사회 우려를 해소하고, 개성공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성공단입주협의회 대표들은 서울 삼청동 한 음식점에 모여 대책을 강구했으나 강경한 정부 의지 앞에 뾰족한 해법을 얻지 못했다. 한 참석자는 “정부가 종합 대책반을 가동하고, 입주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했지만 물리적으로 설비 등이 상당기간 가동불능인 상태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산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