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복수는 신의 것이다

[데스크라인]복수는 신의 것이다

영화 초반부터 피가 튀기고 살점이 떨어진다. 살육 현장의 생생함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스크린은 점점 잔인함으로 가득 찬다. 주인공의 거친 숨소리가 대사보다 크게 들린다. 영화는 주인공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아들이 살해되면서 긴박감을 더한다. 아버지는 하나뿐인 아들 주검 앞에서 복수를 다짐한다. 영화 ‘레버넌트’의 메시지는 간명하다. ‘복수는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것’이라고…. 물론 영화는 영화다. 현실 세계는 필름 속의 세계와 다르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우리 역사에서 정적에 대한 정치적 보복은 이어져 왔다.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전직 대통령 서거 이후 제1 야당 모습과 오버랩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우리 정치사에서 큰 사건이었다. 전직 국가원수가 몸을 던진 행위는 충격 그 자체였다. 퇴임 후 인기가 더 높아 가던 전 대통령의 죽음은 대한민국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7년 전 국민은 옆집 할아버지 같은 대통령의 부재에 슬퍼했다. 주말마다 벌어지는 봉화마을 이벤트를 더 이상 볼 수 없음에 목 놓아 울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세력은 분노했다. 내심 정치적 복수를 다짐했으리라. 동인은 다양하겠지만 노 대통령 서거 이후 유력 친노 정치인들은 대통령 꿈을 키웠다. 정계 은퇴 선언을 한 유시민 전 장관이 그랬다. 안희정, 이광재 지사는 여전히 잠재 후보군이다. 현재로선 백의종군을 선언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장 유력한 후보다.

상당수 친노 세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정치적 타살로 규정하지 않을까.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가 받은 48% 득표율 가운데 일정 부분은 ‘정치적 복수’를 바라는 희망의 표심이다. 그를 통해 정치적 한을 풀려는 지지 세력도 있었을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양산에 머물면서 앞으로의 정국 구상에 들어갔다. 친노 세력도 정중동의 모습이다. 그를 향한 친노 지지 세력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게 분명하다. 유력 대권 후보인 그에게는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다. 버릴 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

문 전 대표에게 생존과 복수의 영화 ‘레버넌트’를 권한다. 친노 진영은 ‘복수는 우리의 것’이라는 우상을 깨야 한다. 문 전 대표 역시 정상을 향한 발걸음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어깨에 짊어진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짐을 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 정권 교체가 궁극적 목적인가? 친노 세력으로의 정권 교체가 궁극적 지향점인가? 오는 4.13 총선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확실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복수는 친노의 몫이라는 강박관념에서 해방된다면 확장성이 생겨난다. 방법은 뭘까. 혹여 있을지 모르는 증오심을 내려놔야 한다.지지 세력에도 양해를 구해야 한다. 인간의 영역인 용서를 구하고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 진영 논리에서도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복수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하지만 큰일을 도모한다면 본능을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좋은 본보기다. 그는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하다 종신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어머니와 큰아들을 떠나보냈다. 사면 직후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감옥 문을 나선 뒤에도 계속 그들을 증오한다면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적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승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덧붙여 조금 더 유연해진 모습으로 내년 대선을 맞이하길 바란다.

김원석 국제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