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란시장 공략 해법 ‘윈윈 효과’로 풀자

우리나라가 경제·금융 제재가 해제된 이란과 10년 만에 경제협력 채널을 재가동한다.

정부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2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관계부처 합동 ‘제11차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란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인 95개 기업·단체로 구성된 대규모 민간 경제사절단도 파견한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전체 구매력 기준으로 1조달러가 넘는 인구 7700만명 거대 시장이다. 특히 중동과 페르시아만,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이웃나라 수출을 위한 제조업의 허브를 가능하게 해주는 매력적인 ‘기회의 땅’이다.

이란 시장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 유럽도 시장 진출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막대한 자금을 등에 업은 중국은 수주와 투자를 한데 묶어 재정여력이 취약한 이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도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제제재가 풀린 후 지난 2~3개월간 50개가 넘는 해외 무역사절단이 이란을 방문했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빗장 풀린 이란시장에서 한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말이 나돈다. 우리나라가 이란 경제 제재에 동참했음에도 나오는 대표적인 오해 사례다. 김승호 주이란 대사는 “어려웠을 때 옆에 있어준 친구를 잊지 않겠다고 한 이란 대통령이 그 대상을 적시한 것은 중국, 러시아, 인도 뿐이다”라고 언급했다. 우리가 이란 시장을 냉정하고 철저하게 분석해야만 하는 이유다.

기회가 많다고 하지만 경쟁을 해야 하는 시장이다. 건설·가전·석유화학·화장품 등 진출이 용이하다고 하지만 우리만 이익이 되는 통상관계라면 기대할 게 없을 수도 있다. 선제적 마케팅을 통해 속도를 올리고 교역을 늘리는 데만 급급해선 안된다. 경제협력 기반을 조성하고 양국 ‘윈윈 효과’에 역점을 둬야 한다.

이란은 천년 이상을 이어온 ‘페르시아 상인’ 후손이다. 속 깊은 거래를 하려면 동반자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