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글로벌 격전지된 전장....국내 자동차·전자 생태계 급속도로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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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글로벌 격전지된 전장....국내 자동차·전자 생태계 급속도로 재편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전장(자동차에 사용되는 전자장치) 시장 장악을 위해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국내 자동차·전자 생태계 또한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인력이 전장 분야로 모여들고 있다. 관련 부품 업체들도 대기업 변신에 재빨리 움직이는 모습이다. 그동안 스마트폰 부품 기업, 자동차 부품 기업 등 수요기업을 중심으로 나뉘었던 부품 산업 분류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시장을 내다 본 대기업이 발을 내디뎠으며, 이에 따라 생태계에 몸담고 있는 많은 이들이 숨가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장발 생태계 변화가 가시화된 셈이다.

◇국내 전자산업 생태계 모바일에서 자동차로 중심이동

가장 두드러진 것은 대기업 전략 변화에 따른 인력변화다. 현대모비스는 전장 분야 강화를 위해 지난 2013년 전장연구동을 설립했으며 연구개발 인력 절반은 전자·컴퓨터 계열에서 채용한다. LG전자는 2013년 VC사업본부를 신설한 이후 꾸준한 성장을 거두자 MC사업본부에서 근무하던 많은 인력들이 VC사업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청라 연구소에는 이미 1000여명 인력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신규 전장팀에서는 무선사업부 출신이 개발을 총괄하기로 하면서 모바일 관련 엔지니어 인력 이동도 이어질 전망이다. 청산 위기까지 몰렸던 팬택 엔지니어들도 상당수가 현대모비스·현대오트론 등 현대자동차 그룹 부품 기업들로 이동했다. 스마트폰 부상에 따라 설자리를 잃은 미들웨어 기업들이 자동차용 미들웨어 분야로 진출하면서 관련 인력도 자연스럽게 전문 분야가 바뀌었다. 리코시스·오비고 등이 대표적이다.

2013년에 설립한 현대모비스 전장연구동
<2013년에 설립한 현대모비스 전장연구동>

국내 진출해 있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 주요 공략 포인트도 바뀌고 있다. 반도체는 전자제품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이들을 공급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사업 구조는 국내 시장 변화 지표가 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 제1 공급처는 모바일이었다. 모바일용 반도체 영업 조직이 가장 컸다는 뜻이다. 전력반도체 전문업체인 맥심인터그레이티드프로덕트는 스마트폰용 전력반도체로 유명했으나 국내 시장에서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 비중이 가장 커졌다.

아날로그반도체 업체인 리니어테크놀로지는 2010년 초부터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로 자리 잡았다. 프리스케일을 인수한 NXP도 자동차 전문 반도체 업체로 급부상했다. 인텔은 지난 22일(현지시각) MWC 2016에서 6개 업체와 5G 관련 기술협력을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LG전자를 유일하게 자동차부품업체로 선정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도 자동차용 시장 선두 업체가 되기 위한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가별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 점유율(자료: IHS)
<국가별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 점유율(자료: IHS)>

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과거 모바일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전문으로 했으나 시장 변화에 따라 이제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며 “모바일용 소프트웨어를 했던 인력들이 워낙 많기도 하지만 모바일 분야 경험 때문에 가볍고 빠르게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강점이 있어 전장 분야에서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융합·협력, 새로운 시장을 위한 새로운 키워드

전장 시장은 전장품을 많이 사용하는 고급차 시장 성장, 다양한 안전·편의 사양 대중화와 함께 향후 10년 이상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 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전장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7.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커넥티드카 등 수요로 인해 수많은 서비스가 접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존에 없는 새로운 전장품 개발 여지도 열려 있다는 뜻이다. 국내 자동차·전자 관련 사업을 하는 대기업들이 전장 시장을 미래 먹을거리로 바라보는 이유다. 시장이 다양하고 새로운 기술까지 적극적으로 채택되고 있어 각 기업 강점을 바탕으로 사업을 특화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기 위해 가장 먼저 떠오른 전략은 ‘융합’과 ‘협력’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올 초 CES에서 LG전자와 폭스바겐이 스마트카와 스마트홈을 연동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이 협력에는 LG전자 VC사업본부의 전장사업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홈이나 스마트기기 연동을 위해서는 전사에 걸친 기술 협력을 진행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최근 자동차융합얼라이언스를 발족했으며, 앞으로 자동차 관련 연구개발(R&D) 과제의 대부분을 융합형 과제에 할애하겠다고 밝혔다. 50여개 기업이 참여한 얼라이언스에는 전자관련 조직으로 불렸던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와 전자부품연구원이 각각 감성분과와 전장분과 간사를 맡아 주목을 받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래자동차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부응해 국내 연관 기업 역량을 총결집할 수 있도록 융합 중심 자동차산업 정책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슈분석]글로벌 격전지된 전장....국내 자동차·전자 생태계 급속도로 재편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