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변곡점에 온 인공지능…"판단은 수준급, 인지는 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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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와 이세돌 9단이 화상으로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전자신문DB>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와 이세돌 9단이 화상으로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전자신문DB>>

구글 딥마인드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바둑 대결로 인공지능(AI)에 관심이 뜨겁다. 알파고는 AI 난제로 꼽히는 바둑에서 인간 최고수에게 도전장을 내밀만큼 발전했다. AI는 향후 드론, 무인자동차, 가사도우미 등 다양한 영역에 활용될 전망이다.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다. 판단 능력은 수준급으로 발전했지만 인지 능력, 직감 등 인간 수준 지적 활동을 위해 갈 길이 멀다.

드론 이미지 <전자신문DB>
<드론 이미지 <전자신문DB>>

◇드론·무인자동차·가사도우미 등 10년 내 상용화

AI로 실제 세계에서 텍스트가 아닌 정보를 그대로 보고, 학습·판단·행동하는 게 가능하다. 센서로 주변을 학습·판단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계나 로봇이 인간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요건이다. ‘유엔 미래보고서 2045’는 10년 안에 AI로 무인기(드론), 무인자동차, 마트 로봇 도우미, 가정용 로봇 도우미, 의료 로봇 등이 상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이 촉매제가 된다. 수많은 센서로 들어온 빅데이터를 분석해 인간 뇌로 불가능한 패턴을 찾아낸다. 에너지, 기후 변화, 노화 등 다양한 영역에 기여한다.

장병탁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스마트폰, 사물인터넷 등으로 물리 세계와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AI 발전에 기회와 도전이 찾아왔다”며 “AI는 인지능력을 갖고 직접 돌아다니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 감성로봇 페퍼 <전자신문DB>
<소프트뱅크 감성로봇 페퍼 <전자신문DB>>

◇물리세계 인식·직관은 이제 시작

AI가 텍스트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과 판단을 내리는 능력은 수준급으로 올라왔다. 현실 세계 물리적 데이터를 인식하는 분야는 걸음마 단계다. 실제 세계에서 청각, 시각 등 감각 정보를 직접 인식해 학습하는 능력은 제한적이다. 알파고는 복잡한 바둑 수를 좌표로 계산한다. 실제 바둑판을 보고 정보를 얻는 것은 아니다. 상대 기사 표정 등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계산한 자리에 직접 돌을 놓지도 못한다.

구글은 포토, 음성비서 등 일부 서비스에 인식 기능을 적용했지만 한계가 존재한다. 음성인식은 사투리를 인식하기 힘들다. 등록되지 않은 단어나 어휘도 마찬가지다. 장 교수는 “AI가 최근 사진이나 영상을 다루는데 아직 이해까지 하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환경이나 사람을 알아보고 대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입력과 출력 단계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직관 등 인간이 말로 설명하기 힘든 분야도 모방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상이 좋다’ ‘장군감이다’ 같은 판단도 내린다. 장 교수는 “직관은 매우 효율적인 계산법이다. 순간 일어나지만 경험에서 녹아나온 엄청난 계산이 들어있다”며 “AI가 더 많이 연구해야 할 분야”라고 설명했다.

◇AI, 암흑기 거쳐 머신러닝으로 개화

AI는 1950년대부터 본격 논의됐다. 수학, 공학, 철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가능성이 제기됐다.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은 1950년 생각하는 기계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가 가능한지를 통해 기계 지능 여부를 가늠하는 ‘튜링 테스트’를 고안했다. 초기 기대와 달리 발전은 더뎠다. 여러 차례 암흑기를 거쳐야만 했다.

2000년대 AI 한 분야인 머신러닝 기술 발전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인간이 모든 경우를 감안해 프로그래밍하던 것에서 스스로 학습하며 발전하도록 변모했다. 알파고가 사용하는 딥러닝도 머신러닝 일종이다. 인터넷 발전으로 데이터가 폭증하고 컴퓨팅 능력이 향상돼 머신러닝 발전을 가속화했다. 13세 소년이라는 설정으로 허점을 메워 비난을 받긴 했지만 지난 2014년 컴퓨터 프로그램 ‘유진 구스트만’이 65년 만에 처음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

네이처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알파고 실력은 프로2단으로 바둑기사 판후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측정됐다. 반면 크레이지스톤, ZEN 등 기존 최고 바둑프로그램은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진 구글코리아>
<네이처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알파고 실력은 프로2단으로 바둑기사 판후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측정됐다. 반면 크레이지스톤, ZEN 등 기존 최고 바둑프로그램은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진 구글코리아>>

◇AI, 바둑 넘을까

게임은 튜링 테스트처럼 AI 발전을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됐다. 태동기인 1951년 크리스토퍼 스트레이는 체커 프로그램, 디트리히 프린츠는 체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두 게임 모두 1990년대 AI 승리로 끝났다. IBM은 1997년 슈퍼컴퓨터 ‘딥블루’로 체스를 정복한 데 이어 2011년 ‘왓슨’으로 퀴즈를 정복했다.

바둑은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 탓에 과제로 남았다. 알파고 이전에 ‘크레이지 스톤’ ‘ZEN’ ‘푸에고’ 등 여러 바둑 프로그램이 나왔지만 프로기사와 접바둑을 넘지 못했다. 접바둑은 미리 몇 수를 두고 시작해 실력이 약한 자와 겨루는 방식이다. 장 교수는 “승패와 상관없이 인간 프로 기사와 대등하게 겨뤄보게 됐다는 점에서 알파고가 대단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표] 이세돌 9단-알파고 대국 일정

[표] AI 게임 정복 사례

[이슈분석]변곡점에 온 인공지능…"판단은 수준급, 인지는 초보"
[이슈분석]변곡점에 온 인공지능…"판단은 수준급, 인지는 초보"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