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제약 업계는 `빅데이터` 열공 중..부가가치 창출 총력

ⓒ케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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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산업이 빅데이터 접목을 시도한다. 신약 개발, 임상, 판매 전 과정에 데이터 기반 분석기술을 적용한다. 빅데이터는 의약품 신뢰성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 진출 날개를 달아준다.

20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 녹십자, 동아ST, 유유제약 등은 빅데이터 활용 방안을 모색한다. 한국제약협회도 업계 요구사항을 반영, 제약 산업 빅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개발도 시도한다.

빅데이터는 수많은 비정형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뽑아 경쟁력 확보에 활용한다. 전 산업군이 빅데이터에 주목하고 투자를 확대한다. 개인 생체, 의약 데이터를 생산하는 의료·제약 분야도 마찬가지다. 제약업계가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면 초진, 재진환자별 약물 수요와 급여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신약 개발 전 수요를 파악하는 셈이다. 의약품별 상병명을 분석해 부작용 혹은 새로운 적응증도 알아낸다. 신약 개발부터 임상, 판매에 이르는 전주기 역량을 강화한다.

가장 선도적으로 빅데이터 적용을 시도한 곳은 동아ST와 유유제약이다. 신약 개발과 마케팅에 적용했다.

동아ST 사옥 전경
동아ST 사옥 전경

동아ST는 아주대병원 유헬스정보연구소와 함께 작년부터 복합제 개발과정에 빅데이터를 접목한다. 전자의무기록(EMR) 데이터를 분석해 함께 처방되는 약품을 구분했다. 자연어 처리로 약물별 부작용을 데이터베이스(DB)화했다. 대상 약물을 함께 투여할 경우 부작용 정도까지 파악했다. 복합제 수요, 부작용 사례까지 발굴한다. 약 개발에 따른 비용과 리스크를 줄인다.

박래웅 아주대병원 유헬스정보연구소 교수는 “통상 관절염 약과 소화제는 함께 처방하는데, 이와 유사한 사례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복합제 개발 대상으로 선정한다”며 “기존에는 무작위로 여러 약을 혼합해 임상실험했지만 빅데이터를 적용하면 정확한 수요를 설정할 수 있어 비용과 리스크를 줄인다”고 말했다.

유유제약 사옥 전경
유유제약 사옥 전경

유유제약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제품 인지도와 매출을 동시에 높였다. 26억건에 달하는 소셜네트워크(SNS) 데이터를 분석해 멍이 들면 계란으로 문지르는 등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소비자 형태를 파악했다. 10년 째 매출이 제자리인 진통 소염제를 `멍을 빨리 없애는 연고`로 탈바꿈 시켰다. 주 공략층도 어린이에서 성인 여성으로 바꿨다. 전년대비 매출은 50%나 뛰었다.

유유제약 관계자는 “기업은 근본적으로 소비자 마음을 알고 싶어 한다”며 “빅데이터로 소비자 구매 패턴과 요구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 녹십자 등도 연구소에 축적한 임상 데이터 등을 활용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한국제약협회는 업계 요구사항을 반영해 `제약 분야 빅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개발도 추진한다. 빅데이터를 적용할 경우 기대효과, 적용 방안 등 세부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빅데이터는 신약 개발, 임상 과정에서 비효율적이었던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며 “올해 안에 가이드라인 개발 작업을 착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 관련 법률이 의료 데이터 활용을 막는다. 개인 생체 정보가 담긴 의료 데이터는 민간 정보로 구분된다. 환자 동의 없이 활용이 금지된다. 데이터를 외부에 보관하는 것은 최근 허용됐지만, 방법을 둘러싸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미국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사결정이 보건 의료산업에서 매년 100조원이 넘는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많은 미국 내 보험사는 연계 병원, 약국으로부터 확보한 의료 데이터를 서비스 기업에 판매한다. 우리나라는 관련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 의료기관별 데이터 표준화가 안 돼 활용도 어렵다.

박 교수는 “제약사가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평균 10년간 1조~3조원을 투입한다”며 “이마저도 모두 성공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 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의사결정 과정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성공률을 높인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른 제약 산업 발전을 위해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