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수장 교체, 권오현 부회장 체제로 전환

삼성디스플레이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했다. 갑작스러운 인사는 1분기 TV용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수율 문제로 수익률이 악화된 게 주효했다.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경험을 갖춘 권 부회장을 중심으로 부진한 LCD 전략을 다시 짜는 등 전반에 걸쳐 사업 틀을 다시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경쟁사보다 투자가 늦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용 대형 패널사업 의사결정에 속도가 날 가능성도 커졌다. 【사진1】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진=전자신문DB)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진=전자신문DB)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9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권 부회장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로 선임했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 DS부문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를 겸직하게 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부터 TV용 대형 LCD 패널을 양산하는 중국 쑤저우 법인에서 새로운 공정을 다수 도입했지만 수율이 급락하는 문제를 겪었다. 원가 절감과 성능 개선을 목표로 혁신을 시도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큰 폭의 영업적자를 냈다.

기존 공정으로 회귀하면서 수율은 2분기 중에 정상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위기감이 비정기 인사를 단행한 배경의 하나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불하는 LCD 특허료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샤프가 대만 홍하이 그룹으로 넘어간 것도 위기 요인의 하나다. 대만이 10세대 초대형 LCD 설비와 주요 특허까지 갖게 된 데다 대만-중국 연합전선 우려도 고조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초대형 LCD 설비를 갖추고 첨단 플렉시블 OLED까지 추격을 시도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대형 OLED TV용 패널 투자가 늦어진 것도 문제다. LG디스플레이 OLED TV 패널 사업은 그동안 적자였으나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빠르게 변하고 있어 삼성디스플레이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권오현 부회장이 디스플레이 사업을 맡으면서 OLED TV 투자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최종 기술 방식을 빠르게 결정하고 적극적으로 설비를 투자해 경쟁사와 다른 형태로 OLED TV 시장을 확산하는 전략을 펼칠 새로운 의사결정 구조를 갖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장기 관점에서 LCD 사업부 매각, 삼성전자와 합병 가능성도 거론됐다. 최근 삼성그룹이 핵심 경쟁력과 거리가 있거나 실적이 부진한 사업 중심으로 매각하는 흐름상 중장기로 볼 때 LCD 사업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존 LCD 라인을 OLED로 전환하거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소규모 라인을 매각하는 등 무게 중심을 OLED로 이동하는 것도 관심을 끄는 흐름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를 놓고 그룹 지배 구조와 관련해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핵심 영역 중심으로 재편하려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사업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소형 OLED 사업 성과가 좋지만 전체 디스플레이 업황이 좋지 않고 중장기적 위협 요소가 많아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컸다”면서 “권 부회장이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경험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겸직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