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데이터 요금제 1년...통신서비스 패러다임 달라졌다

소비 패턴 변화…가계통신비 절감과 직결

[이슈분석]데이터 요금제 1년...통신서비스 패러다임 달라졌다

1년 전 우리나라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 체계는 음성과 데이터 구분이 없었다. 데이터를 거의 쓰지 않는 택배기사도 매월 음성통화 요금을 줄이기 위해 역설적으로 값비싼 고가 요금제를 사용해야 했다. 매월 말이면 데이터 사용량이 남아돌았다. 반면에 음성보다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고객은 데이터가 모자라기 일쑤였다. 많은 데이터를 쓰기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 달라진 이통 서비스 소비 패턴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통신서비스 소비 패턴의 불합리함을 바로잡고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출시됐다. 출시 1년도 안 돼 1700만 가입자를 돌파하며 역대 통신요금제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30년 동안 이어온 음성 중심의 통신서비스 패러다임을 데이터 기반으로 바꿔 놓은 것이 가장 큰 역할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5일 프로야구 시즌을 맞아 동영상 특화 요금제 `밴드 플레이 팩`의 일 제공 데이터량을 1GB에서 2GB로 두 배 확대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5일 프로야구 시즌을 맞아 동영상 특화 요금제 `밴드 플레이 팩`의 일 제공 데이터량을 1GB에서 2GB로 두 배 확대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단통법 산물= 가입자 2000만 돌파를 몇 달 앞둘 정도로 빠른 가입자 증가세를 보이지만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논의된 것은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정부는 2014년 말부터 가계통신비 절감과 이용자 소비 패턴 및 변화를 고려한 새로운 요금제를 고민했다.

음성 통화나 문자서비스 사용량이 줄고 데이터 소비량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요금제에는 이를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통 3사와 수차례 논의를 거쳐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고민했다. 그 결과 음성·문자는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는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생겨났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기반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다. 단통법은 가입 유형에 따른 지원금을 일정하게 책정하면서 시장의 투명성을 가져왔다. 과거처럼 신규 단말 출시 때마다 `대란`을 일으키며 마케팅 비용이 급속히 늘어나는 일이 사라졌다. 이통사는 안정적으로 시장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음성통화를 무제한 제공하더라도 시장 변화에 따라 매출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를 가능하게 했다.

KT는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로 군 복무 중인 병사를 위한 `나라사랑 요금제`를 출시했다. 사진은 군인과 여자친구가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나라사랑 요금제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KT는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로 군 복무 중인 병사를 위한 `나라사랑 요금제`를 출시했다. 사진은 군인과 여자친구가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나라사랑 요금제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소비 패턴 바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가져온 가장 큰 효과는 이통 서비스의 소비 변화다. 음성 통화만 많이 하는 고객은 굳이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아도 음성과 문자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가계통신비 절감과 직결됐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의 가입 이전(5월)과 이후(12월) 음성 및 데이터 사용량은 각각 12%, 28% 증가했다. 반면에 요금은 7.2% 감소했다. 월 평균 약 3480원이 절감됐다. 주목할 만한 수치다. 음성은 무제한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사용량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났다는 것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데이터 사용 요금이 기존의 요금제보다 비싸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SK텔레콤의 경우 `밴드 데이터 69`와 `전국민 무한 100` 요금제는 똑같이 데이터 16GB를 제공한다. 실제 요금은 밴드 데이터 69가 6만9000원, 전국민 무한 100 요금제는 24개월 약정 기준 7만6000원이다. 매달 7000원이 더 저렴하다.

단 4만원대 이하 요금제에서 같은 데이터 제공 양이라면 기존 요금제가 더 싼 경우가 있다. 기존의 저가요금제에서는 음성 통화 사용에 제한이 있다. 기본 제공 양을 넘기면 초당 1.8원이 과금된다. 반면에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저가 요금제에서도 음성 통화가 무제한이다. 데이터 사용량을 떠나 전반적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기존 요금제보다 혜택이 많다는 의미다.

LG유플러스는 음성을 많이 사용하는 고객을 위한 국내 최저 수준의 `데이터 중심 LTE음성자유` 요금제와 동영상 시청 등으로 인해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고객의 이용패턴에 특화된 `LTE 데이터 중심 Video` 요금제 등 총 13종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지난해 5월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음성을 많이 사용하는 고객을 위한 국내 최저 수준의 `데이터 중심 LTE음성자유` 요금제와 동영상 시청 등으로 인해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고객의 이용패턴에 특화된 `LTE 데이터 중심 Video` 요금제 등 총 13종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지난해 5월 출시했다.

◇요금제 세분화, 특화요금제 등은 과제로= 국내 이통 서비스 가입자 셋 가운데 하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사용한다. 매달 100만명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가입한다. 출시 초기보다 증가 추세가 둔화됐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

이통사는 부족한 데이터를 미리 당겨쓰거나 이월하고 특정 시간대에는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는 특화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가입자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비디오 서비스를 비롯해 데이터 사용량 증대를 유도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한창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오랜 기간 이어 온 음성 중심 이통 서비스에 일대 변화를 불러왔다. 데이터 시대를 여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선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최저 요금제가 2만9900원이다. 부가세를 포함하면 실제로 매월 지불하는 금액은 약 3만3000원이다. 3만원 미만 요금제를 원하는 고객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통신사 관계자는 “데이터는 물론 음성도 많이 쓰지 않는 사람은 이보다 더 저렴한 요금제를 원하고 있다”면서 “3만원 미만 요금제 사용자를 고려한 개선된 요금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4년 이통사가 사용자 음성·데이터 사용량을 조합해 가입할 수 있도록 내놓은 `선택형 요금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매월 음성은 1000분(약 17시간)을 제공하고 월 요금은 1만9000원인 요금제다.

통신업계는 이와 함께 다양한 사용자 수요와 서비스 소비 패턴을 고려, 더 세분화된 요금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출시된 요금제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초기 모델로, 더 많은 요금제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인준 대구대 교수는 “음성에서 데이터로 이통 소비 패턴의 변화를 반영한 게 데이터 중심 요금제”라면서 “합리적이고 진화된 요금제인 만큼 가입자도 지속해서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