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연구진, 마이크로 미세반응기 개발 새 합성물질 대량생산법 찾아

김동표 포스텍 교수
김동표 포스텍 교수
민경익 포스텍 연구원
민경익 포스텍 연구원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순간에 사라지는 분자를 잡아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 수 있는 특수반응 장치와 합성기술이 개발됐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화합물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은 포스텍 미세유체응용화학연구단(단장 김동표 화학공학과 교수)이 마이크로 미세 반응기 제작과 새로운 화합물 합성경로를 찾는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연구는 민경익 포스텍 연구원과 김희진 일본 교토대 연구원이 논문 공동 제1저자, 케이타 이노우에 교토대 연구원 및 임도진 부경대 교수가 공동저자, 김동표 포스텍 교수와 준이치 요시다 교토대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이번에 개발한 미세 반응기는 1만분의 1초동안 완벽한 혼합이 가능한 3차원 고효율 혼합 반응기다.

현재까지 보고된 가장 빠른 합성시간 조절은 수 밀리 초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접근하지 못했던 분자 재배열 시간에 가까운 마이크로 초 영역에서 화학반응을 원하는 대로 조절했다. 특히, 미세반응 기술을 통해 분자 생성, 구조 변화, 두 분자의 화학반응을 동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이성질체의 분리과정 없이 선택적인 결과물을 연속흐름 방식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다.

미세반응기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가느다란 파이프와 좁쌀보다 작은 저장소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반응물질이 반응기의 가느다란 파이프를 타고 흐르다가 만나 파이프 안에서 반응을 일으킨다.

폴리이미드 필름에 매우 작은 채널을 만들고, 각 필름을 적층해 3차원 구조의 혼합 반응기를 제작했다. 제작된 반응기의 내부 부피는 25 나노리터다. 길이 1 mm 안에 3차원 채널이 형성된다.
폴리이미드 필름에 매우 작은 채널을 만들고, 각 필름을 적층해 3차원 구조의 혼합 반응기를 제작했다. 제작된 반응기의 내부 부피는 25 나노리터다. 길이 1 mm 안에 3차원 채널이 형성된다.

연구진은 기존에 알려진 화학반응 `프라이즈 재배열 반응(Fries rearrangement)`을 반응기에서 수행했다. 반응 분석 결과, 기존에 알려진 합성경로와는 상반된 새로운 화학합성 경로를 통해 고순도의 화합물이 합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일본 교토대 화학과 연구팀은 1만분의 1초의 시간 동안 반응물들이 완벽히 혼합돼 중간체를 생성하고, 구조가 변화되기 전 결합 반응에 활용하는 속전속결방식의 화학반응 과정을 연속흐름방식으로 수행했다. 이는 고순도 화합물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민경익 연구원은 “기존 반응기로 얻었던 결과와는 정반대 결과를 얻어냈다”며 “새로운 합성경로를 발견했다”고 이 연구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민 연구원은 또 “사이언스에 처음 투고해서 최종 게재승인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이라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논문투고에서 최종 게재승인을 받는 과정이 이례적으로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며 “사이언스 학술지 편집자가 논문 전체를 상세하게 직접 수정해 12개의 메모박스까지 붙여 회신해줘 연구를 수행한 모든 저자들이 이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김동표 교수는 "미세반응기로 분자 반응 시간 영역을 1만분의 1초 동안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며 ”앞으로 고순도 의약품과 천연물 등 화학약품을 합성할 수 있는 새로운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