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탄소자원화 발전전략과 네트워크 과학외교

[과학산책]탄소자원화 발전전략과 네트워크 과학외교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기후변화 대응에 공공외교와 네트워크외교 접근이 필요하다. 탈냉전과 9·11 테러사건 이후 일련의 정치 사태로 많은 국가가 상대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기존의 군사·경제 압력보다도 신뢰 구축과 인식 변화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표 사례로 미국이 9·11 이후 반테러 명분을 내세우고 의욕적으로 전개한 반테러 전쟁이 국제사회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국제 여론 악화를 경험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아무리 초강대국이라 하더라도 힘으로만 밀어붙이기보다는 상대방을 설득하고 감동시켜서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국제사회는 소프트파워를 활용한 공공외교를 추진하게 됐다.

공공외교의 추진 배경에는 국제사회의 글로벌 이슈 관심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지속 가능 성장, 에너지 보존, 고령화 등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글로벌 이슈의 특성은 그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가 전 지구 차원이다. 효과적인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도전 과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는 전 지구촌의 안전과 복지, 지속 가능성 제고라는 보편적이고 합리적 대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해결책 도출을 위한 공동 가치 추구와 규범 창출 과정에서는 국가 간 정체성의 통합 또는 공존을 위한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 상이한 문화와 정체성 간 조화 또는 공존을 추구하는 공공외교가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이후 주요 국가들은 각국의 특성에 특화된 공공외교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중견국인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10년 공공외교 원년을 선포하면서 문화, 예술, 원조 부문을 중심으로 공공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공공외교의 추진방법론으로 네트워크 외교가 주목된다. 프랑스의 기술 사회학자 미셸 칼롱은 네트워크 심화 과정을 문제 제기, 관심끌기, 등록하기, 동원하기의 4단계로 구분했다. 외교에 적용해 보면 각국의 이해가 대립하는 국제무대에서 맥락에 맞는 의제를 선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현 가능한 로드맵을 제기해 실행의 신뢰성을 보여 줌으로써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이너서클을 구성하면서 필요 시 우리 아젠다에 협조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열린 파리 기후협약에 전 세계 140여개국 정상급이 참여하는 등 기후변화 및 탄소자원화 이슈는 국제사회의 핵심 아젠다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기후변화는 그 요인과 대응에 과학기술이 핵심으로 포함돼야 하며,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요청되고 있어 과학외교 접근이 필요하다. 중견국으로서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대응에 국제적으로 실현 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실천의 신뢰성을 보여 주면서 네트워크 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제안에 국제사회가 실현 가능하다고 판단하며, 한국의 로드맵에 실질적인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제 현안의 배경과 요인에 맥락 있는 분석, 국제정치의 기술 및 재정적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 로드맵 제시 등 전략적 사고와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나라가 기여해야 할 부분이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제사회의 신뢰와 협조를 확보하는 계기가 된다. 최근 우리 정부의 탄소자원화 발전 전략에 대한 과학외교 접근을 환영한다.

이명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국가과학기술심의회 기초기반전문위원, leemyjin@step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