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할인으로 전락한 가전사 `보상판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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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로 가전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가전 양판점을 방문한 A씨는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영업 사원은 A 씨에게 양판점이 주는 헌 TV를 하루만 가지고 있다가 새 제품이 배송될 때 제출하면 추가적으로 30만원을 할인해준다고 했다. 보상판매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어도 집에 버릴 헌 TV가 없었던 A씨는 흔쾌히 제안을 수락하고 30만원을 깎아 새 TV를 샀다.

가전사들이 계절별 이벤트 성격으로 실시하는 구형 가전제품 보상 판매가 일부 전자회사 계열 양판점에서 `편법 할인`으로 오영되고 있다.

구형 TV를 반납하고 특정 신제품 모델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수십만원 추가 할인을 해주는 `보상판매 이벤트`를 통해서다.

가격 할인을 받기 위해 설치 기사가 방문했을 때 반드시 반납해야하는 구형 TV를 고객이 가지고 있지 않아도 할인을 해줬다. 해당 가전 양판점 지점에서 보유한 중고 구형 TV를 하루 동안 고객이 보유하게 하고 바로 회수해가는 방식을 이용했다.

보상할인 혜택은 다른 할인과 중복해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하루 동안 구형 TV를 배송 받다가 제출하는 수고스러움을 겪더라도 양판점 영업 사원 제안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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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보상판매 방식으로 TV를 구입한 A씨는 “양판점 직원은 차량 안에 넣을 수 있을 정도 크기 구형 PDP TV를 줬다”며 “해당 양판점 지점에 이렇게 이용할 용도의 구형 PDP TV가 여러 대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가전 양판점은 본사 차원에서 TV 보상판매 이벤트가 실시할 때마다 고물상이나 중고 가전 전문 판매 가게에서 구형 TV를 싼값에 사다 들여 비축한다고 한다.

편법 보상판매는 주로 TV에 한정했다. 구형 TV는 집 안까지 배송하지는 않고 주로 고객 차량에 넣었다가 다음날이나 당일 바로 회수해 갔다. 보상판매 주요 품목인 냉장고와 세탁기는 부피가 커서 활용되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

한 유통 양판점 직원은 “냉장고와 세탁기는 구형 제품을 보유하기가 쉽지 않고 전문 배송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상판매용 재고를 마련하지 않는다”며 “회사가 아닌 개인 판매사원이 운반과 차 뒷좌석에 잠시 두기 쉬운 TV를 보상판매용으로 보유하곤 한다”고 말했다.

보상판매 마케팅이 이같은 편법 할인 수단으로 악용되는 이유는 양판점 지점 간 보상 판매 출혈 경쟁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구형TV의 자산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질 수는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본사와 지점간 계약 위반이 있는지, 과대 과장 광고 소지가 있는 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